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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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尹 대통령 “김 여사 이미 활동 자제”, 너무 안일한 인식 아닌가

형식·내용 모두 ‘빈손 회동’ 평가 속
韓 대표, “오직 국민 보고 문제 해결”
대통령 변화 없으면 위기 깨닫기를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 잔디밭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실내 면담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10.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81분 빈손 회동 후폭풍이 거세다. 대통령실은 그제 오후 회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잇따르자 어제 적극 해명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회동에서 한 대표의 ‘3대 요구’ 등에 대해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나름대로 이유를 들어 자세히 설명했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회동 형식과 내용에서 모두 홀대당했다고 여겨도 할 말이 없을 텐데 옹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이 현 상황에 대해 민심은 물론 한 대표와도 극명한 인식 차이만 드러냈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대통령실 인적 쇄신 거론에 “문제 있으면 실장이나 정무수석에게 알려 달라. 그러면 보고 필요한 조치를 판단하겠다”고 답변했다.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측근 그룹 8명의 실명을 밝히고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하며 인사 조치를 건의했는데 이 정도의 답을 내놓았으니 상황 인식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활동 중단 요구에 대해선 “집사람이 많이 지쳐 있고 의욕도 많이 잃었다”며 “이미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꼭 필요한 활동이 아니면 대외활동을 많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 중단이 아니라 줄이겠다는 얘기다.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로 싸늘해진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 답변 정도로 민심 동요를 잠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김 여사의 사과와 자숙,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을 넘어서는 비상한 조치를 국민 앞에 내놓아도 시원찮을 판이다.

한 대표는 회동 직후 브리핑을 비서실장에게 맡기고 바로 귀가한 데 이어 어제는 오전 일정까지 취소했다. 상당한 실망감과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만으로도 누구나 한 대표가 홀대당했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한 대표가 대통령 일정 탓에 20분 넘게 서 있었다고 하니 대통령실이 굳이 회동 대신에 면담이라는 용어를 고집한 뜻을 알 법하다. 한 대표는 어제 오후 인천 강화 풍물시장을 찾아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졌는데 변화나 쇄신 의지를 가질 수나 있겠는가. 이러다가는 임기 후반기 반환점을 코앞에 둔 윤 대통령이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아니, 위기는 이미 닥쳐왔다고 봐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