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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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만에 다시 만난 푸틴·시진핑… 北 파병 이야기 나눴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3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이들은 중·러 협력이 세계 안정에 기여했다며 앞으로도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자고 의견을 모았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개막한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회담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 문제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세계 안정화를 이끄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며 “우리는 세계 안보와 공정한 세계 질서를 보장하기 위해모든 다자 플랫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현대 세계에서 국가들이 관계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보여주는모범이 됐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우리의 다면적인 협력은 평등하고 상호이익이 되며 외부 조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신화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른 시 주석은 “우리는 동맹을 맺지 않고 대결하지 않으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원칙에 따라 강대국 간의 관계를 구축하는 올바른 길을 걸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지난 10년 간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의 도전을 견디며 먼 길을 걸어왔고 전례 없는 성격을 갖게 됐다”며 “국제 무대의 심각한 변화가 중·러 관계를 훼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양국은 항구적 선린 우호와 포괄적 전략적 협조, 호혜 협력 정신을 견지하면서 포괄적 전략적 협조와 영역별 실무적 협력을 부단히 심화·확장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세계는 100년 만의 대변화에 처해 있고 국제 형세가 복잡하지만, 나는 중·러의 대를 이은 우호의 두터운 정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고 세상을 구하는 강대국의 책임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나는 (푸틴) 대통령 및 각국 정상과 함께 브릭스 협력 메커니즘의 향후 발전을 논의하고,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가 더 많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하기를 기대한다”고도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긴밀한 관계를 강화해왔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0월 중국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1년 간 네 차례 회담하며 밀착을 과시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7월 카자흐스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회담했다.

 

중국중앙(CC)TV는 시 주석이 탄 비행기가 카잔으로 도착하기 전 러시아 전투기의 호위를 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를 사실상 주도하는 국가인 만큼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와 중동 정세 등 국제 현안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만남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도 언급됐을지 주목된다. 최근 제기된 북한군 파병설이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고, 특히 북한에 대한 통제권 축소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을 우려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어떤 방식으로든 이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 모두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군 파병 움직임과 관련해 “6000명씩 2개 여단의 북한군이 훈련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000명 규모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했다는 국가정보원 분석과 유사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것은 도전이지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지 알고 있다. 모든 파트너가 이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의 전쟁 개입을 규탄한 모든 국가와 지도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러시아와 똑같이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전날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보기에 북한은 몹시 가난하기 때문에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주민을 최전선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우크라이나 매체들이 전한 바 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