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면담 과정에서 민심 이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김건희 여사를 시종 감싸고 돌았다고 전해진 점을 집중 부각했다. 동시에 공천개입을 비롯한 김 여사의 각종 의혹을 ‘제2의 국정농단’으로 규정하며 이를 사건화하는 데 당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윤·한 관계가 벌어진 사이 여야 대표 회담을 위한 물밑 조율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윤·한 면담을 두고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쉽고 매우 안타깝다”며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최근 국민들이 보시기에 정치가 참 답답할텐데 심지어 정치가 뒷골목 거시기들의 패싸움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김 여사 관련) 어처구니없는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내면 당에서도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숱한 의혹들에 대해 지금까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은 적도 없는 대통령이 여당 더러 대신 싸우라며 등 떠미는 꼴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국민의힘을 방패막이로 쓰겠단 뜻”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발 여권의 악재인 명태균씨 의혹도 집중 부각했다. 명씨는 김 여사와 짜고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받는 이다. 박 원내대표는 “‘명태균 게이트’가 아니라 ‘김건희 게이트’”라고 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국립한경대 설민신 교수와 한양대 김형숙 교수, 김창경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한양대 교수)을 거명하며 “국정농단 이단왕국 음모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건희 예산’으로 지적된 ‘마음건강예산’은 김 여사 논문 주제였던 디지털 상담 관련 총 1조원대의 ‘여왕 예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김 여사의 영적 대화 파트너들이 신분세탁으로 숨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김건희판 미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이 거론한 ‘미르’는 박근혜정부 시절 설립된 ‘미르재단’을 가리킨다.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된 곳이기도 하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대표를 향해 “대통령 눈치 살피는 후배 검사로 살던 길을 계속 갈 건가, 아니면 책임 있는 집권여당 대표로서 민심을 받드는 길로 가겠나”라며 사실상 윤 대통령과의 ‘결별’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을 두고는 “최고 권력자와 비선실세들의 공천개입, 여론조작,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등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유린하는 대선 무효 사유이자 탄핵 사유”라고 했다.
민주당은 당정 관계에 한랭 전선이 펼쳐진 지금이야말로 김건희 특검법 처리의 적기라고 보고 있다. 한민수 대변인은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은) 국민이 9대 1로 원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를 봤다”며 “윤 대통령이 ‘돌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했는데 이건 김 여사 의혹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와 한 대표 간 회담 일정과 관련해선 “이 대표가 비서실장(이해식 의원)에게 의제와 시기 등을 논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