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무능한 데다 폭력적이기까지 해 ‘졸혼’(결혼을 졸업함)한 남편을 부양해야 할까? 졸혼했지만 법적으로는 부부 사이인 남편이 ‘암에 걸렸으니 배우자로서 부양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어릴 적 호주로 이민 가 호주 국적이 있다는 A씨는 22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를 통해 남편의 뻔뻔한 요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A씨는 한국에서 취업하고 남편을 만나 딸을 낳았다고 한다.
결혼 후 남편은 회사의 퇴직하더니 이직도 반복했고, 결혼 5년 차엔 주식투자를 전업으로 하기 시작했다다. 남편의 수입이 늘 불안정했기에 A씨는 아이를 낳고 나서도 곧바로 일을 했다고 한다.
사실상 외벌이인 딸을 안타깝게 여겨 A씨 부모는 큰 돈을 들여 A씨 부부에게 아파트를 마련해줬다. A씨는 육아와 일을 별행하는 데다 남편이 성관계를 강요하는 일이 빈번해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호주에 주재원으로 근무할 기회가 생기자 A씨는 어린 딸만 데리고 호주로 갔다. 그는 “남편과 떨어져 있는 동안 평온하고 행복했다”고 밝혔다.
시간이 흘러 A씨의 딸은 어느덧 호주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A씨는 다시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서 남편과 1년 정도 함께 살았다. 그러나 폭력적인 성향이 고쳐지지 않은 남편과의 생활은 여전히 힘들기만 했다.
결국 A씨는 집을 팔아서 반반씩 나누자며 남편에 졸혼을 제안했고, 남편은 흔쾌히 동의했다.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상속 받은 땅은 남편과 상의 끝에 딸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그런데 졸혼한 지 3년이 지난 어느 날 남편은 A씨에 전화해 “암에 걸렸다. 배우자로서 부양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이 얘기를 듣고 이혼할 결심이 섰다면서 “남편은 3년 전 나눠 가진 돈이 거의 남지 않았다면서 딸에게 증여한 땅도 재산분할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조언을 구했다.
조윤용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졸혼은 부부가 합의하여 별거하는 것에 불과하기에 법적으로는 여전히 혼인 상태다”며 “민법 826조 1항 및 833조에 따른 부부간 상호 부양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산에 대해서도 “졸혼 때 재산 정리를 했더라도 이혼 시 재산분할과 다르다”며 “이후 이혼할 경우 재산분할에 대하여 다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A씨가 평생 사실상 외벌이를 한 점, 친정 부모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은 점 등은 분할비율을 산정할 때 유리하게 판단될 수 있다”며 이혼소송 때 이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딸에게 증여한 부동산의 경우는 “A씨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분할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A씨를 안심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