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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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아들’은 어떻게 범죄자가 됐나… 확대일로 日 ‘야미바이토’ 실상

“착한 아이였는데….”

 

지난 15일 일본 요코하마시에서 발생한 강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20대 남성 A씨의 가족이 했다는 말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A씨는 도장업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가족과 살갑게 인사를 나눌 줄 아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가난하지만 성실한 삶을 살았다는 A씨는 어쩌다 ‘야미바이토’(‘어둠’을 뜻하는 ‘야미(闇)’와 ‘아르바이트’를 의미하는 ‘바이토(バイト)’의 합성어)에 연루돼 범죄자가 되었을까.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수도권인 간토지방에서 지난 8월 이후 잇달은 강도사건 14건 중 11건에서 범행을 직접 담당한 ‘실행역’ 32명이 검거됐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14건 대부분이 야미바이토에 의한 사건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아사히는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체포된 용의자들은 20대가 많고, 많은 수가 SNS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라온 ‘고액 보수’, ‘고액 현금’ 등을 앞세운 구인광고에 응모했다고 전했다. 이 광고에 응모하면 우선 휴대전화에 익명성이 높은 통신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리고 응모자 자신의 운전면허증 등을 촬영한 사진을 보내라는 요청을 받는다. 범행을 주도하는 ‘지시역’이 등장하는 건 그 이후다. 지시역은 응모한 사람들이 모일 장소를 정하고, 일부에게는 범행에 사용될 테이프나 망치 등을 준비하라고 한다. 아사히는 “범행의 ‘실행역’이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은 복수의 응모자들이 처음 얼굴을 보는 집합장소였던 사건이 많다”고 짚었다. 물론 이들 중에는 “경미한 범죄에 관련된 것이라는 짐작하면서도” 보수를 원해 모인 사람도 있다. 흉악범죄라는 걸 알고 망설이면 지시역은 “집을 알고 있다”, “가족이 어떻게 되어도 좋은가”라고 위협한다. 범행 현장에 들어가면 지시역은 통신앱을 통해 “금고가 있을 거다. 찾아라”라는 등의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다. 아사히는 “나중에 보수를 받은 실행역들 중에는 다음 사건과 관련된 지시를 받는 이들도 있다”고 보도했다. 

 

주범 격인 지시역이 체포되지 않은 상태에서 야미바이토에 따른 피해가 이어지자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22일 범죄 예방을 위한 예산을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그는 “SNS상의 정보 파악이나 (범죄 실태를 알리는 등의) 홍보를 강화하겠다”며 “방범 순찰 차량은 필요하면 예산 확보를 통해 대응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