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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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한 정부” 비난했던 양금덕 할머니, ‘제3자 변제안’ 왜 수용했나

‘제3자 변제안’ 수용에 줄곧 반대해온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외교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따르면 양 할머니는 이날 대법원의 강제동원 확정 판결에 따른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수령했다.

지난 2023년 6월 20일 광주 서구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집에서 양 할머니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 당국자는 “재단은 이날 강제징용(동원)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해법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힌 생존 피해자 1분에 대해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은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일본 피고기업들인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에 승소한 원고(피해자) 총 15명에게 재단에서 민간 기업 등의 기부금으로 마련한 배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양 할머니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제3변제안 수용을 강하게 반대했다. 양 할머니는 지난해 3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제3자 변제안을 제안한 윤석열 정부를 향해 “무도한 정부”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옷 벗으라고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할머니는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돈은 안 받는다”고 거부했다. 

 

강하게 반대했던 양 할머니가 제3변제안을 수용하게 된 배경을 놓고 여러말이 오가고 있다. 양 할머니가 지난해 11월부터 광주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사실 확인이 어렵다. 양 할머니의 자녀 박모씨도 “수령 사유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와 소송을 같이 해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가족측으로부터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하지만 양 할머니가 어떤 이유로 변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모습. 연합뉴스

시민모임은 지난해 11월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는데, 치매로 인지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시민모임은 이날 입장문에서 “양 할머니는 지난해 11월부터 광주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투병 중”이라며 “치매로 인지가 어렵고 표현에 어려움을 겪어 온 상황에서, 할머니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어떤 경위에 의해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됐는지 알고 있는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올 5월 양 할머니를 찾아 서훈 취소를 죄송하다고 사죄하고 진심어린 설득끝에 제3자 변제안을 수용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시민모임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전했다. 

 

시민모임은 입장문에서 “송 위원장은 올 5월 17일 요양병원에 장기간 투병 중이신 양금덕 할머니를 찾아 위로의 말씀을 전달했다”며 “송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외교부의 방해로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한민국 인권상으로 추천한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서훈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고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설득하는 자리가 전혀 아니었다”고 밝혔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