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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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또 산업용만 9.7% 인상… 한전 누적적자 ‘숨통’

대기업 10.2%·중소기업 5.2% ↑
총 요금 5% 가까이 오르는 효과
年수익 4조7000억원 증가 전망
경제단체 “경영 위축 우려” 반발

유류세 인하 조치 연말까지 연장
휘발유稅 인하폭 20% → 15%로

국내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24일부터 평균 9.7% 오른다. 민생과 물가 안정 등 요인을 고려해 주택용과 음식점 등 상업 시설에서 사용하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한다. 고환율과 고금리 등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산업계는 반발했다.

 

빼곡히 설치된 전력량계 23일 서울의 한 밀집상가 외벽에 전력량계가 빼곡히 설치되어 있다. 정부는 이날 기업이 쓰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24일부터 평균 9.7% 올리기로 하면서 주택용과 음식점 등 상업 시설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전기요금 인상방안을 발표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은 평균 9.7%다.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 오른다.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제철 등 대규모 생산 시설에서 사용하는 전기로 주로 대기업에 적용된다. 산업용(갑)은 주로 중소기업용이다. 또 전체 산업용 고객은 약 44만호로, 한전 고객(2500만여호)의 1.7% 수준이지만 전력 사용량은 총합의 53.2%에 달한다.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대략 전체 전기요금을 5% 가까이 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추가 전기 판매 수익이 연간 단위로 약 4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직전에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진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당시도 주택용과 일반용 등을 제외하고 산업용만 평균 4.9% 인상했다.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h당 8원 인상 이후로 계속 동결 중이다.

정부가 11개월 만에 다시 산업용 전기요금만 평균 9.7% 인상하기로 한 것은 한전의 누적적자 일부 해소를 도모하면서 고물가와 민생을 함께 고민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내수경기 침체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서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까지 한꺼번에 올리는 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연료 가격이 한때 폭등하면서 한전은 2021∼2023년 원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전기를 판매하는 ‘역마진’ 구조에 빠졌다. 현재 한전은 역마진 구조에선 벗어났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연결기준 누적적자만 약 41조원에 달한다. 또 상반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약 203조원으로 하루 이자 비용으로 약 122억원을 치르고 있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대외적인 큰 변동이 없다면 이번 조치로 한전은 안정적인 흑자 기조로 바뀔 것이며 전반적인 재무구조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전기요금 인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용(을) 전기요금이 10.2% 인상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20대 법인이 부담해야 할 전기료는 지난해 대비 1조2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0대 법인이 사용한 전력은 8만5009GWh로, 전기요금은 12조4430억원이었다. 20대 법인과 산업용(을)에 적용되는 전체 기업을 함께 계산하면 이들의 평균 전기요금 증가분은 기업 1곳당 연평균 1억1000만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경제단체는 반발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 명의로 “국내 산업계는 고물가·환율·고금리로 이미 한계에 놓였다”며 “전기요금 차등 인상으로 경영 활동 위축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제조 원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연속해서 인상하는 것은 성장의 원천인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고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 차관은 “최근 경제지표를 보고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수출 대기업의 전체 원가 비중에서 전력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3∼1.4%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단 수출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2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차량에 주유하고 있다.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2개월 추가 연장한다. 다만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이 당초 20%에서 15%로, 경유는 30%에서 23%로 각각 축소된다. 뉴스1

한편 이날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되 인하 폭을 일부 환원하기로 했다.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은 현재 20%에서 15%로, 경유는 30%에서 23%로 축소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교통·에너지 환경세법 시행령 및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조치에 따라 다음 달부터 휘발유는 ℓ당 698원, 경유는 ℓ당 448원 부과돼 각각 전달보다 42원, 41원 오른다. 액화석유가스(LPG) 부탄도 인하 폭이 30%에서 23%로 축소돼 ℓ당 14원 오른 156원이 부과된다.


김범수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