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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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마약류 ‘ADHD 치료제’ 불법 유통…국정원, SNS서 거래방 5곳 적발

“집중력 향상” 수험생에 속여 팔아

국가정보원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불법 유통하는 온라인 채널을 적발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국정원은 지난 7월부터 지난달까지 경찰과 함께 국제마약조직의 국내 ADHD 치료제 불법 유통에 관한 기획 검증을 벌인 결과 텔레그램, 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치료제 거래방 37개를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국정원에 따르면 이들 거래방 중 5곳에서는 실제 ADHD 치료제가 거래되고 있었다. 이 치료제가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주로 수험생들이 이를 찾았다고 한다. 해당 거래방은 19∼25세 대학생들이 개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본인이 복용하기 위해 처방받은 약 가운데 일부를 불법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ADHD를 진단받지 않은 사람이 이 치료제를 복용하면 두통, 환각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거래방 운영자 A씨는 본인과 타인의 신분증을 이용해 대형병원 3곳에서 약을 처방받았고, 경기 수원에 사는 B씨는 과거 이 병을 진단받았던 충북 청주의 한 의원까지 원정 방문해 처방받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한 정보를 경찰에 넘겨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에 착수한 동작경찰서는 국정원에서 넘겨 받은 사례 외에, 추가로 ADHD 치료제를 불법 판매한 3명과 이를 구매한 입시 준비생 1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모두 10대 후반~20대 초반인 것으로 파악됐다. ADHD 치료제가 청소년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져 복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마약류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ADHD 치료제 처방률이 최근 5년간 2배 이상 증가했고, SNS를 통해 처방법·복용 후기가 유포되고 있는 만큼 유관기관 단속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병욱·이예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