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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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판 ‘티메프 사태’… 라이더 등 만나플러스 대표 고소

6개월째 배달료 미정산 피해 ‘속출’
최대 600억 추정… 600명 법적 대응

대행사 “사비로 라이더 수당 지급”
배달 인력 이탈·매출 감소 악순환
만나 측 “11월 미정산 해결” 밝혀

“배달기사들은 오늘 번 돈을 출금하지 못하면 당장 생활이 되지 않습니다.”

배달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진모(49)씨는 6월부터 지금까지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두렵다. 배달대행 플랫폼 ‘만나플러스’가 돌연 배달료 정산을 미루면서 소속 기사 27명의 일당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워져서다. 진씨는 4000만원을 대출받아 사비로 배달기사(라이더)들의 수당을 챙겨주며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정산이 지연되자 기사들이 하나둘 이탈했고, 현재는 14명만 남았다. 월 3만건이던 배달 물량도 1만5000건으로 급감했다. 진씨는 “매출이 반토막 나고, 대출금까지 더하면 피해액이 수천만원에 이른다”고 토로했다.

 

“미정산 피해 눈덩이”… 거리 나온 라이더들 배달플랫폼 만나플러스의 미정산 피해자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23일 서울 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개월째 이어진 미정산 사태로, 피해 금액이 최대 6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이날 검찰에 조양현 만나코퍼레이션 대표를 고소했다. 뉴스1

만나플러스의 미정산 사태가 6개월째 이어지면서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배달기사 등이 모인 ‘만나플러스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조양현 만나코퍼레이션 대표를 사기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진씨처럼 배달기사의 일당을 사비로 먼저 지급한 대행업체 사장들이 속출하면서 연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만나플러스는 올해 2월부터 하루 출금한도를 10만~20만원으로 제한하다가 6월부터는 정산을 전면 중단했다. 당초 8월10일까지 정상화를 약속했었지만 지금은 사이트마저 폐쇄한 상태다. 기사 3만3000여명이 이용하는 만나플러스의 배달대행 시장 점유율은 20%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기사 10명 중 2명의 배달비가 묶여 있는 셈이다.

조정윤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만나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이미 47억6000만원의 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이를 숨기고 선불금을 받아 사업을 이어왔다”며 “이는 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가에 세워진 배달 오토바이. 연합뉴스

피해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600여명이 비대위에 법적 대응을 위임했다. 만나플러스 측은 미정산금을 190억원으로 추산하지만, 비대위는 최근 확인된 산재·고용보험료 체납액(20억원)을 근거로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라이더들은 법정 근로자가 아니어서 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보상받을 길이 없다”며 “배달 플랫폼이 아무런 법적 규제를 받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만나플러스는 최근 기사들에게 조 대표가 지인을 통해 새로 만든 법인과 계약을 맺으면 미정산금을 처리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상은 비대위 위원장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한 기사들도 등급을 나눠 일부만 지급하거나 계약금만 주고 정산해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나플러스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고 투자 유치가 원활하지 않아 출금 제한이 이뤄졌다”며 “자산 처분과 사업권 양수도를 통해 11월까지 미정산금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