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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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 특검’ 거리두는 한동훈, 손짓하는 이재명… 2차 회담 주목

尹·韓 갈등 심화 속 파장 촉각

李, 당정 내홍에 ‘정치 복원’ 강조
“뒷골목 패싸움 같다는 말 나와”
회담 관련 與 구체적 접촉 시작
이르면 10월 말 성사 가능성도

친한계 “특검은 악법” 선긋기에
野 “한동훈표 수정안 내면 논의”

‘빈손 회동’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간 갈등이 심화하는 사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한 대표와의 회담을 서두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여야 대표 회담이 열릴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의제로 올리고자 하는 심산이지만 한 대표는 여전히 특검엔 거리를 두는 터다.

 

이 대표는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회동 결과를 두고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쉽고 매우 안타깝다”며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민 보시기에 정치가 참 답답할텐데, 심지어 이 정치가 ‘뒷골목 거시기들의 패싸움 같다’는 이야기까지 한다”며 “다시 정치가 복원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웃으며 인사하는 韓·李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중앙포럼에서 만나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가 언급한 ‘정치 복원의 길’이란 결국 여야 대표 회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21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 회동에 앞서 이 대표는 한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회담을 제안했고, 한 대표 측도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회담 의제와 가능한 시기에 대해 논의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는 한 언론사가 연 행사에서 한 대표와 함께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회담과 관련해 “한 대표에게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고위전략회의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회담 관련) 구체적 접촉을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한 대표를 고리로 한 김건희 특검법 관철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회의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는) 국민이 9대 1로 원하는 사안’이라고 한 걸 보도로 봤다. 한 대표가 말하는 국민이 9대 1로 원하는 사안은 김건희 특검법이고, 특검을 바로 수용하도록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회의에서 있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최근 민주당이 발의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될 것을 알면서 가능성·현실성 없는 걸 반복하는 것”이라 비판한 바 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국민의힘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민주당이 내놓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악법으로 가득 차 있다”며 “당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한 대표가) 정말 김건희 특검법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어제 친한계 의원이 20명 넘게 모였다고 (수정된) 특검법을 발의하시라. 발의하면 민주당이 거기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중앙포럼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다만 한 대표는 이날 대통령실에 특별감찰관 임명을 공개 요구하면서 사실상 김 여사 문제 해소책으로서 특검은 일단 배제한단 입장을 견지하는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여야 대표 회담을 하더라도 의제로 김건희 특검법을 공개적으로 다루는 건 저쪽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아마 김 여사 문제는 의제로 못 박지 않고 회담 과정에서 자연스레 거론하는 게 가장 현실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 회담을 하더라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민주당 내에선 결국 특검법 재표결 중 국민의힘 이탈표에 보다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해도 현 상황에선 여야 대표 회담 자체만으로 여당 내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달 4일 두 번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발생한 이탈표는 4표로 추정된다. 가결을 위해서는 8표 이탈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대로 11월 초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상정해 표결에 부친단 방침이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속전속결로 재의결 절차를 밟아 11월 중에 마무리한단 계획이다. 민주당 조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특별히 11월은 대한민국 국회에, 우리 당에,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한 달이 될 것”이라며 “11월은 김건희 특검을 관철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11월2일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 장외집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각각 11월15일과 25일로 예정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1심 판결 일정을 고려한 움직임이란 시각도 있다.


김승환·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