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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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1년차 강민호, 생애 첫 KS라서 흔들렸나...폭투 2개로 역전한 KIA, ‘2박3일’ KS 1차전 역전하며 72.5% 확률 거머쥐었다

프로야구 KIA와 삼성의 2024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승제)가 열린 2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지난 21일 우천 속에 강행했던 1차전은 삼성이 1-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2루 김영웅 타석, 볼카운트 1B-0S에서 중단됐다. 시점으로는 5회를 지나 강우콜드를 선언할 수도 있었지만, 삼성의 득점이 6회초 김헌곤의 솔로포로 나온 상황이라 KIA에게도 6회말 공격이 주어져야만 강우콜드가 선언될 수 있기에 역대 포스트시즌 통틀어 처음으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22일 재개될 예정이었으나 그라운드 사정과 비 예보로 또 다시 하루 순연됐다.

23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재개된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7회말 2사 1,3루 상황 KIA 소크라테스의 타석때 삼성 임창민의 폭투로 공이 빠지고 있다. 뉴스1
23일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재개된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7회말 2사 2, 3루 KIA 박찬호 타석 때 삼성 임창민이 폭투로 실점을 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일자로는 ‘이틀’, 시간으로는 ‘약 40시간’이 흐른 이날 오후 4시에 다시 KS 1차전이 재개됐다. 평일 오후 4시이기에 관중석은 빈자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넘긴 프로야구의 인기는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경기 시작 3~4시간 전부터 야구장 주변은 야구팬들로 붐볐고, 경기 시작이 임박하자 빈자리를 육안으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꽉 들어찼다.

 

이틀 전 1차전을 찾았던 관중들은 다시 KIA챔피언스필드를 찾아 31년 만에 성사된 전통의 라이벌 간의 KS 경기를 만끽했다. 대구에서 6살 난 아들과 함께 광주를 찾은 곽동욱씨는 “1차전을 관람한 지인이 오늘 사정으로 못 간다며 표를 양도해줘서 아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1차전 입장권 구매자 중 다시 광주를 찾지 못하는 이들은 모바일 중고거래앱 당근마켓에는 남은 4이닝을 볼 수 있는 입장권을 팔겠다는 게시글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다.

 

40시간 동안 무수히 6회 공격과 수비 상황을 그려본 끝에 1차전 6회를 맞은 KIA 이범호 감독과 삼성 박진만 감독의 지략 대결도 뜨거웠다. 먼저 ‘장군’을 부른 것은 이 감독이었다. 좌타자 김영웅을 대비해 5명이나 엔트리에 넣은 좌투 불펜요원 중 하나를 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감독의 선택은 마무리 정해영 앞에 주로 나오는 필승 셋업맨 우완 전상현이었다. 강한 직구와 제구력도 겸비한 전상현으로 무사 1,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겠다는 전략이었다.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차전을 5-1로 이긴 KIA 이범호 감독이 손뼉 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 감독은 희생번트로 1사 2,3루를 만들려 했지만, 전상현의 강한 직구에 김영웅의 번트는 포수 김태군 앞에 바로 떨어졌고, 2루 주자 르윈 디아즈는 3루에서 포스아웃됐다. 전상현은 박병호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윤정빈에게 볼넷을 내줘 2사 만루에 몰렸으나 이재현을 투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박 감독도 이틀 전 선발로 나선 원태인의 뒤를 이을 두 번째 투수로 좌완 이승현을 6회 수비에 올렸다. 이어 열릴 2차전 선발로도 유력했던 이승현이지만, 좌타자가 많은 KIA 타선을 제압하기엔 이승현만한 카드가 없다는 판단에 나온 승부수였다. 이승현은 소크라테스와 김도영, 나성범을 삼진으로 막아내며 ‘멍군’을 외쳤다.

 

재개된 1차전도 투수전으로 이어지는 듯 했으나 의외의 포인트에서 경기가 터졌다. KIA가 7회 선두타자 김선빈의 볼넷과 최원준의 안타, 김태군의 희생 번트로 1사 2,3루를 만들며 동점을 노렸다. 서건창이 1루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무위에 그치는 듯 했으나 여기에서 반전이 나왔다. 프로 21년차지만, KS는 생애 처음인 삼성의 강민호가 임창민의 포크볼을 블로킹해내지 못한 것. 그 사이 김선빈이 홈을 밟아 1-1 동점이 됐고, 이번엔 임창민이 높은 직구를 요구하는 강민호의 사인과 반대로 땅바닥에 공을 패대기치면서 또 한번 폭투가 되면서 최원준마저 홈을 밟아 2-1이 됐다. 이어 소크라테스와 김도영의 적시타가 연속으로 터져 나오면서 순식간에 점수는 4-1까지 벌어졌다. KIA는 8회 2사 1루에서 김태군의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로 쐐기를 박으면서 5-1의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23일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재개된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 6회초 2사 만루 KIA 전상현이 삼성 이재현 타석 때 역투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재개된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 삼성 라이온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KIA 정해영과 포수 김태군이 무실점으로 마무리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재개된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데일리 MVP로 선정된 KIA 전상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6회초에 등판해 1.2이닝을 완벽히 틀어막은 전상현이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이범호 감독은 “불펜 투수중에서 구위가 가장 좋은 투수라고 판단했다. 투수코치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오늘 경기의 최대 승부처로 봤기 때문에 정공법을 택했다. 상현이가 감독의 기대대로 위기를 잘 막아줬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삼성 타선은 전상현뿐만 아니라 곽도규(1.2이닝), 정해영(1이닝)까지 푹 쉬고 나온 KIA 불펜요원들의 공을 좀처럼 건드리지 못하면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역대 KS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한 것은 40번 중 29차례로, 그 확률은 72.5%에 달한다. KIA로선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상대 실책으로 뒤집으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23일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재개된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 5-1로 승리한 KIA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재개된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 5-1로 패배한 삼성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1차전 패장이 된 박 감독은 “6회초 상황에서 추가점을 내지 못하며 경기가 어렵게 흘러가게 되었다. 한국시리즈라는 큰경기 원정에서 경기 후반 역전을 당하고 다시 분위기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광주=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