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환경오염사고 발생으로 인한 신체·재산 피해를 보상하는 환경책임보험 보험료가 올해 20% 이상 인하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미 이 보험료가 2022년 24%, 지난해 14%씩 깎인 상태란 것이다. 모두 손해율에 초점을 맞춘 금융당국의 ‘계산법’ 때문이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도 20% 안팎으로 보험료가 깎일 가능성이 높은 터라, 대형사고 가능성을 고려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23일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손해율이 10% 미만인 점 등을 고려해 환경책임보험 보험료를 약 23% 인하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책임보험 보험료는 이미 2022년 6월 평균 24%, 지난해 12월 평균 14% 인하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환경책임보험 시행 7년차인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보험료가 기존 700억원대에서 무려 135억원 정도 줄어들어 약 565억원까지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보험요율 결정은 보험업법에 따라 요율 산출을 전담하는 보험개발원 판단에 근거해 이뤄진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요율 인하에 저희가 임의적으로 개입하는 건 없다”며 “보험업법상 요율이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하는 산출 원칙이 규정돼 있다. 손해율이 매우 낮은데도 보험료에 반영하지 않으면 법 위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규정에 따른 요율 결정이라 하더라도 이런 대규모 인하가 대형 환경오염사고에 대한 환경책임보험의 취약성을 높인단 측면 때문에 환경부 내에서부터 우려가 나오는 중이다. 실제 환경책임보험 제도 근거인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정 계기가 된 2012년 구미 불산사고의 경우 피해보상에만 550억원이 소요된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책임보험 제도는 단기 대응이 아니라 사고 위험에 중장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요율 산정에 손해율을 반영해야겠지만 4분의 1씩 잘라내는 건 오히려 이 제도의 안정성을 해한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회는 환경책임보험을 환경부 장관이 관장하도록 하는 환경피해구제법 개정안 발의도 준비 중이다. 실제 유사한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이나 농업재해보험의 경우 모두 금융당국이 아니라 소관부처가 요율 산정 등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터다.
박홍배 의원은 “우리나라에 20년 이상 노후화된 산업단지가 전체 산단의 40%에 육박하는데 이런 곳에서 한 번 사고가 나면 피해 규모가 수백억, 수천억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환경책임보험 제도를 금융당국에 맡겨놓을 게 아니라 환경부가 관장하도록 해 중장기 관점에서 보험이 운용되도록 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위 측은 환경책임보험을 환경부가 관장하게 하는 데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풍수해·지진재해보험, 농업재해보험은 그 보험료 자체에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소관부처가 요율 산정 등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전액 부담하는 환경책임보험은 이들 보험과 구조가 다른 만큼 일반 보험처럼 보험업법을 따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