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 한동훈 대표를 적으로 대하며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 ‘조치할 생각이 없다’고 나오기 때문에 계속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 가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의 한 친한(친한동훈)계 당직자는 23일 통화에서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 해결의 데드라인을 못 박고, 특별감찰관 추천을 공식화한 것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과 상관없이 민심에 부합하기 위한 독자 행보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윤 대통령이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김 여사 특검이 윤 대통령의 협조 없이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이를 추진할 경우 여권 분열과 정권 레임덕(권력 누수)으로 이어져 배신자 낙인이 찍힐 공산이 크다. 당내에선 “지금 같은 상황에선 한 대표가 절대다수의 의원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대표가 이날 김 여사 문제 해소 방안으로 꺼내 든 ‘조건 없는 특별감찰관 추천’을 두고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김 여사 관련 3대 요구 중 용산이 아닌 여의도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착수하며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추경호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은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히며 제동을 걸었다. 한 대표는 ‘원외 당대표’라 의총에서 투표권이 없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도 “특별감찰관을 추진하려면 야당으로부터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받기 위한 묘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에선 추 원내대표에 대한 성토가 쏟아져나왔다. 한 친한계 의원은 통화에서 “당대표가 이야기한 것을 원내대표가 원내 소관이라며 뒤집는 건 문제”라며 “야당이 소극적인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하겠다는 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한 대표와 친한계 인사 22명의 만찬 회동도 ‘추 원내대표 성토대회’와 다름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없다는 고심도 동시에 읽힌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원내 사안과 원내 바깥의 사안이 따로 있느냐”라면서도 “실행은 원내에서 해 원내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으면 특별감찰관 추천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에 의해 특별감찰관 임명마저 불발된다면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는 우려도 있다.
애초에 특별감찰관은 강제조사 권한이 없어 김 여사 의혹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김 여사 처리 관련해서 핵심은 특별감찰관이 아니라 (특검 통과를 통해) 특별검사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한 대표가 김 여사 특검을 덜컥 추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내 분열을 초래하며 두고두고 배신자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대표 주변에서도 “수정안이든 뭐든 탄핵 막자고 특검했다가 특검하면 탄핵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친한계에선 우선 민심을 뒷배로 삼고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믿는 분위기다. 한 친한계 인사는 “원내에서 특별감찰관을 안 하겠다고 하면 여론이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의원들은 본인의 정치적인 계산에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결국 민심의 결대로 움직이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과 없이 윤 대통령과의 힘겨루기 싸움만 길어지면 국민의 피로감이 쌓이고 한 대표의 정치력이 도마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대표의 독자 행보가 성공하기 위해선 친윤(친윤석열), 친한 어느 쪽으로도 분류되지 않는 의원들을 우군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 한다면 다수의 여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라며 “그래야 제3자 추천 특검법 발의도 가능해지며 독자 행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 대표도 원내와의 접점 늘리기에 부쩍 신경 쓰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이날 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부산 금정구 서동미로시장에서 감사 인사를 한 뒤 지역 의원들과 만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