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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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나랏돈 받은 SCI 논문 5건 중 1건은 ‘부실의심학술지’에 실려

게재가 쉬운 학술지에 논문을 올리고 이를 연구성과로 둔갑시키는 행태가 여전히 성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연구에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연구 평가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실이 한국연구재단에서 제출받은 ‘재단 지원 논문 성과의 부실의심학술지 게재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정부 지원을 받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총 14만2242건 중 2만5954건(18.2%)이 ‘부실의심학술지’에 게재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실의심학술지는 기존 학술지처럼 동료심사 등 엄격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게재료만 내면 쉽게 논문을 실어준다는 비판을 받는 학술지다. 발표하는 논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거나 타 학술지에 비해 동료심사 기간이 짧아 이러한 의혹이 나오고 있다. 출판사는 최대한 많은 논문을 받아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일부 연구자들은 논문 수로 평가받는 구조 때문에 이러한 연구 윤리 문제가 비화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부실의심학술지 SCI급 논문 발표 상위 5개 출판사는 MDPI(2만685건, IEEE(2959건), WILEY(495건), AMER SCIENTIFIC PUBLISHERS(433건), SPANDIDOS PUBL LTD(268건)로 나타났다. 부실 의심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이 많은 기관은 경북대(1096건), 성균관대(1005건), 부산대(943건), 경희대(940건) 순이었다.

 

이번 조사의 기준은 세계 주요 기관의 4가지 저널 평가 목록에 한 번이라도 포함됐는지 여부다. KISTI의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SAFE), 부실 학술지 목록으로 유명한 ‘빌의 목록’(Beall’s List), 노르웨이 국립학술출판위원회의 ‘Level-X’, 중국과학원 ‘국제 저널 조기경보목록’이다.

 

부실의심학술지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학계에선 자체 대응을 하고 있다. 대한수학회에서는 MDPI 학술지 게재를 하지 말라고 연구자들에게 공지하고, 일부 대학에서는 논문 실적을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이에 2021년 SCI급 성과등록 논문 중 부실의심학술지 게재 논문이 22.3%에 달했던 것이 2022년 19.2%, 2023년 13.8%로 감소 추세지만 근절을 위해선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의원은 “정부 지원을 받는 연구과제 논문의 일부가 여전히 부실의심학술지에 게재되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에 대한 연구 평가 시스템 개선과 연구자들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