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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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미래] 수능을 앞두고

‘적정 난이도’에 대한 기준 달라
출제 기조·경향 등 놓고 추측 난무
모의평가 속 교육부 메시지 믿고
조바심 벗어나 차분하게 준비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주 남짓 후인 11월14일 치러진다. 올해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능과 관련된 보도가 여전히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6월과 9월에 치러진 모의고사에서 나타난 난이도 차이와 의대에 지망할 것으로 추측되는 N수생의 증가가 가져올 결과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수능 당일에는 온 나라가 수능 시간표 중심으로 움직인다. 올해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공기관이나 각급 학교, 많은 회사가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출근 시간을 늦춘다. 듣기 시험시간에는 항공기 이·착륙도 금지된다. 모두가 긴장된 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수능 영향력이 비록 대입전형의 다양화 이전보다는 약해졌다고 할지라도 수험생의 대학과 학과 선택에 여전히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성열 경남대 명예석좌교수·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수능시험은 국가가 응시자들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어느 정도 가졌는지를 평가한다. 대학들이 해당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적격자를 가려내는 전형자료 중 하나이다. 따라서 수능시험은 대학이 학생을 잘 선발할 수 있도록 유용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학마다 선발하려는 학생의 특성이 다르다 보니 수능시험의 난이도에 대한 대학이나 수험생의 기대가 다르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 난이도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능시험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적정 수준의 난이도를 확보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친 모의고사 실시, 고등학교 교사의 출제과정 참여가 대표적이다. 모의고사는 학생들에게는 그해 수능의 출제 기조를 확인하고 출제방식과 경향, 문제 유형에 적응하는 기회이고, 평가원에게는 수능시험 응시생들의 수학능력 수준을 파악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평가원이 고등학교 현직 교사들을 출제과정에 참여시키는 이유는 교사들이 난이도 조절에 필요한 해당 연도 학생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6월과 9월 모의고사를 통하여 본(本) 수능시험의 난이도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차례 모의고사 난이도가 다르다면 그해 수능시험의 난이도는 그 중간 수준이 될 것이라고 얘기하는 식이다. 그와 같은 주장은 그럴듯하게 들릴지 몰라도 사실상 근거가 빈약하다. 올해 의대로 진학하려는 재학생과 N수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일부 사람들은 상위권 학생을 변별하기 위하여 이번 수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능은 의대 지망생들만 보는 시험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러한 주장도 근거가 약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수능이 끝나고 나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물수능, 불수능’이라고 하며 난이도에 대해 백가쟁명식으로 주장한다. 올해 6월과 9월 모의고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세상일에 대한 사람들 생각이 다 같지 않듯, 사람마다 ‘적정 난이도’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그렇기에 수험생들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난이도에 대한 예측에 굳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아마도 수험생들은 두 차례 치른 모의고사에서 나타난 출제 기조와 방식과 경향, 문제 유형을 잘 파악하고 꾸준하게 수능 준비를 해 왔을 것이다. 교육부와 평가원이 모의고사를 통해 전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서 중요한 기본 개념과 원리의 이해 정도, 추리·분석·종합 등의 사고력 평가 중심 출제, EBS 교재와 강의 내용 간접 연계, 킬러 문항 배제 등이다.

수능 출제에는 대학교수와 고교 교사 등 생각 이상으로 많은 전문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교육부와 평가원이 2025학년도 수능기본계획과 모의고사를 통하여 교육 현장과 학생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를 실현하기 위해 출제과정에서 문항마다 치열한 논의와 토론, 꼼꼼한 점검을 거친다. 이제 수험생들은 교육부와 평가원의 메시지를 믿고 남은 기간 조바심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준비하자.

 

김성열 경남대 명예석좌교수·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