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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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수처 검사 연임 재가 지연, ‘수사 방해’ 오해 자초할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4명이 모레 임기가 끝난다. 연임을 위해선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한데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4명 중 2명은 지난해 7월 수해 대민지원 도중 순직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에 대한 윗선의 외압 의혹 규명을 맡고 있다. 이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고 야권에서 “윤 대통령이 외압의 몸통”이란 주장까지 펴는 사안이다. 윤 대통령이 연임을 재가하지 않는다면 ‘수사 방해 시도’라는 오해를 살 수 있지 않겠는가.

법률에 따라 공수처 검사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공수처 검사 임기는 3년인데 총 3회 연임이 가능해 최장 12년간 재직할 수 있다. 공수처 출범 후 검사 연임에 대한 대통령 재가는 통상 임기 만료가 10일가량 남았을 때 이뤄져 왔다고 한다. 공수처 검사 4명의 연임 재가 지연과 관련해 그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사 관련 사항은 확답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임명권자인 만큼 연임 자격이 안 된다고 여기면 재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데도 시간만 끄는 것이라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을 둘러싼 외압 의혹은 국민적 관심사에 해당한다. 이미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전현직 고위 관계자 여럿이 소환조사를 받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들이 강행 처리한 관련 특별검사법안에 3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후 국민이 봐주기 의혹이 있다고 하면 그때는 내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하겠다”고 밝혔다. 특검보다 현재 진행 중인 공수처 수사가 먼저라는 논리인 셈이다. 윤 대통령 말대로라면 해병대원 사건 수사를 맡아 온 공수처 검사들의 연임을 재가함으로써 수사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옳다.

대통령실이 미적대는 사이 어제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공수처 검사 연임 재가를 촉구했다. “신종 수사 방해 행위”란 표현까지 써가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소모적 정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수처 검사 4명의 연임 재가를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공수처도 반성할 대목이 있다. 수사 착수 후 1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별다른 성과가 없으니 ‘공수처는 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공수처는 인력 부족 탓만 하지 말고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로 국민적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