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덴마크 최대 소버린(자국 중심)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게피온’(Gefion)을 공개했다고 25일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시각) 덴마크 카스트럽의 빌헬름 로리첸 터미널에서 프레데릭 10세 덴마크 국왕, 나디아 칼스텐 덴마크 AI 혁신 센터(DCAI) 수장과 함께 덴마크의 첫 소버린 AI 슈퍼컴퓨터 게피온의 전원을 켜며 가동을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게피온에 대해 “양자 컴퓨팅, 청정 에너지, 생명공학 등 덴마크 사회와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덴마크의 첫 번째 AI 슈퍼컴퓨터인 게피온은 덴마크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게피온은 1528개의 엔비디아 H100 텐서 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구동되며, 엔비디아 퀀텀-2 인피니밴드 네트워킹으로 상호 연결된 엔비디아 DGX 슈퍼팟을 기반으로 한다.
게피온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자선 재단으로 알려진 노보 노디스크 재단과 덴마크 수출투자기금의 자금으로 DCAI에서 운영한다.
게피온은 덴마크가 독자적인 소버린 AI를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예정이다. 소버린 AI는 한 국가가 자체 데이터, 인력, 인프라,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유한 문화와 언어를 반영한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때 달성되는데,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국가는 이같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젠슨 황은 “모든 국가가 통신, 교통, 의료, 기본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처럼 어떤 국가도 이 인프라를 갖추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국가의 기본 인프라는 분명 인텔리전스를 기반으로 해야한다”며 “덴마크가 이러한 비전을 시작한 세계의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가 됐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게피온은 산업, 스타트업, 학계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염병, 기후 변화, 식량 안보 등 전 세계적인 난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게피온은 양자 컴퓨팅, 신약 개발, 에너지 효율화 분야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프로젝트의 파일럿 단계에 돌입했다. 젠슨 황은 “컴퓨터를 이용한 신약 개발의 시대는 10년 이내에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며 “게피온은 지성의 공장이 될 것이다. 이것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산업이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것을 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 기상 연구소(DMI)도 더 빠르고 정확한 날씨 예보를 제공하기 위해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게피온을 활용하면 기존에 수 시간이 걸렸던 예보 시간을 수 분으로 단축하고 예보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코펜하겐 대학교에선 양자 컴퓨터 회로의 대규모 분산 시뮬레이션을 구현하고 수행하기 위해 게피온을 활용한다. 시뮬레이션 시스템의 얽힌 큐비트를 36개에서 40개로 늘릴 수 있어 ‘양자 우월성’에 다가갈 수 있고, 더 적은 자원으로 기존 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
코펜하겐 대학교, 덴마크 공과대학교, 노보 노디스크, 노보네시스는 게피온을 통해 질병 돌연변이를 분석하고 백신을 설계하기 위한 멀티모달(텍스트·사진·음성·동영상 등 여러 복합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AI 서비스) 게놈 파운데이션 모델을 연구 중이다.
스타트업 ‘고 오토노머스’는 텍스트, 레이아웃, 이미지의 멀티모달 입력을 모두 이해하고 사용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게피온을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스타트업 ‘테톤’은 게피온으로 AI 케어 컴패니언을 구축 중이다.
엔비디아는 “게피온과 엔비디아와의 지속적인 협력으로 덴마크는 저명한 연구 커뮤니티와 함께 산업 전반에 걸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과학적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입지를 다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