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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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여성기자 모여 저출생 해법 모색…한일여성기자포럼 개최

한국과 일본의 여성기자들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저출생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포럼이 열렸다.

 

한국여성기자협회는 25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저출생 위기, 함께 찾는 해법’을 주제로 ‘제2회 한일여성기자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포럼은 △한일 저출생 실태와 현 정부 정책 시사점 △달라진 가족…다양성과 포용성 진단 △저출생과 미디어의 역할 총 3부로 구성됐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김효재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대사를 비롯해 양

 

국의 여성기자와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했다.

 

하임숙 여성기자협회장은 “저출생은 국가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다양한 포럼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직접 겪은 일과 취재로 얻은 풍부한 사례를 거둔 언론인과 전문가들이 모인 이번 포럼이 답을 찾는데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형환 부위원장은 축사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 모두 초저출산, 초고령화, 초인구절벽이라는 ‘3초’의 인구위기 앞에 서 있다”며 “정책 대응뿐 아니라 육아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 중요하며, 미디어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효재 이사장은 “저출생 문제는 사회적 이슈를 넘어 우리의 경제, 문화, 미래세대의 삶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도전과제”라며 “육아는 개인에 맡길 일만은 아니다. 한·일 여성기자들이 피부에 맞닿은 해법을 대안을 마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1부에서는 다자녀를 둔 양국 여성기자가 체험한 출산 정책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을 분석했다. 한국 측 발제자인 이미지 동아일보 기자는 6~12세 자녀 넷을 키우며 느낀 저출생 대책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 기자는 “임신·출산 바우처 지원액은 2012년 50만원대에서 2022년 100만원대로 배로 늘었고, 주택 특별공급 등 혜택이 있지만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압도적 꼴등”이라며 “각종 지원책이 출산부터 영유아 시기에만 집중됐고, 사교육비 부담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 발제자인 오다 마이코 닛케이 크로스우먼 편집위원은 7~19세 자녀를 키우고 있다. 그는 “일본 상황도 비슷하다”며 “출산 시 일시금 지급, 어린이 의료비 무상화, 육아휴직급여율 인상 등 지자체와 기업의 다양한 노력에도 정규직 감소와 비혼·만혼이 늘면서 일본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20”이라고 지적했다.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유혜정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센터장, 히구치 이쿠코 요미우리신문 조사연구본부 선임연구원이 나와 양국 출산율이 빠른 속도로 추락하는 배경과 현 정책 보완점을 제시했다. 유 센터장은 “국가 소멸 위기라는 사회적 책임보다는 출산 선택 시 받는 불이익이 없도록 사회가 먼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부에서는 1인 가구 증가와 여성의 사회 참여 가속화로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사회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들여다봤다.

 

김희경 강원대 객원교수는 한국 가족이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완고한 가족 제도, 비혼 출산에 대한 차별, 가족 내 성별 격차 등 때문에 저출생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풍부한 데이터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가족을 구성한다는 게 위험이 아니라 행복을 향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가족의 형태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생활 동반자 관계 등 다양한 가족을 제도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가정 내 성 평등과 장시간 노동 개선 등 가족을 둘러싼 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누키 사토코 아사히신문 기자는 현장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내밀출산(보호출산) 현상을 생생하게 전했다. 원치 않는 임신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떠넘기는 상황을 설명하고, 자체적으로 보호출산제를 시행하고 있는 병원 사례를 소개했다. 오누키 기자는 “결혼 시 남편의 성으로 바꿔야 하는 일본에서 기혼 여성도 자신의 성을 선택하게 하는 부부별성제의 미도입, 남녀 임금 격차 등 여러 차별이 저출생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박진경 일과여가문화연구원 사무총장은 노동시간 단축과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여성 채용 할당제 등 현실적인 해법을, 하즈미 아야카 가나가와신문 기자는 한·일 연대를 통한 동아시아 지위 향상 노력을 각각 제언했다.

 

제프 로빈슨 주한호주대사도 토론에 참여해 논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로빈슨 대사는 ‘세계 최고의 성평등 국가’를 목표로 추진 중인 호주 정부의 다양한 가족 지원책을 소개했다. 이민 국가인 호주는 성평등을 통한 인구 증가 촉진을 위해서는 문화적 포용이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다양한 정책을 진행 중이다.

 

3부에선 저출생 시대에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살펴봤다.

 

유수정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KBS 국민패널조사와 빅카인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저출생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청년세대의 인식과 미디어 보도가 괴리돼 있다는 점을 밝혔다. 지난 20년간 저출생 관련 보도 4843건을 조사한 결과, 청년이 함께 언급된 보도는 679건(14%)에 불과했다. 당사자인 청년세대는 저출생을 성평등 및 고용 문제 등과 연계해 복합적 이슈로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 보도는 상당수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유 연구원은 “미디어는 저출생 사안의 복잡성을 다층적으로 접근하고, 특히 당사자인 청년세대의 눈높이에서 의제를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야마와키 에리코 일본 교도통신의 편집국차장은 육아 가구에 대한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중요하지만 성별 격차 해소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성공사례로 교도통신을 꼽았다.

 

에리코 국차장은 교도통신이 지역 언론과 협업해 2022년부터 만든 ‘도도부현(광역지자체)판 젠더 갭 지수’를 소개했다. 이 지수는 정치, 경제, 교육, 건강 등 4개 분야에서 젠더 격차를 보여준다. 그는 “이 지수에 따르면 도쿄도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남녀 모두 75%를 넘지만 일부 광역지자체는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겨우 30%에 그친다”며 “미디어가 앞장서자 일본 정부도 뒤늦게 문제 의식을 갖고 비슷한 취지의 지역별 젠더 격차를 올해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이미숙 오츠마여자대학 커뮤니케이션 문화학과 준교수는 “한국에서 저출생 문제는 성별 분업, 채용과 승진, 임금 등에서의 성별 불평등, 장시간 노동 구조,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이중적 노동시장, 기형적 사교육 시장 등 구조적 문제와 깊이 결부돼 있다”며 “미디어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심층 취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공적 담론 형성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미 서강대 미디어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아쿠츠 유키 홋카이도TV 도쿄지사 편성업무부장도 토론에 참여했다.

 

한일여성기자포럼은 양국 여성기자들이 현안을 함께 논의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처음 열렸고, 올해는 규모를 확대해 두 번째로 열렸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