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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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중국 땅? 천만에요’… 중화권 투자 확 줄어

직접투자 비중 중화권 5.7∼17.8%에 그쳐

‘제주도가 중국 땅 된다’는 우려는 이제 옛말이 됐다.

 

24일 제주도 부동산 등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신고총액 5100만달러의 국가별 비중은 유럽 80.8%(4120만달러), 중화권 17.8%(910만달러), 미국 0.2%(8만달러), 일본 0.1%(7만달러), 기타 1.1%(55만달러) 등으로 조사됐다.

흉물로 전락한 제주 헬스케어타운 건물. 

중화권의 직접투자 비중은 2018년 83.9%, 2019년 95.9%, 2020년 96.6%, 2021년 86.5% 등으로 대부분이었지만 2022년 5.7%로 비중이 급감한 뒤 지난해도 17.8%로 크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대신 2022년 미국(41.5%)에 이어 지난해 유럽 등으로 고액 투자 국가가 변화했다.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총액은 2022년 10억8600만달러, 2021년 5억500달러, 2020년 3억6300달러, 2019년 4억1700달러, 2018년 2억7700달러 등이다.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총액은 부동산 매수 등의 의사를 밝히며 제주도에 신고한 액수다. 실제 매수가 이뤄져 지급된 금액(도착액)은 매년 신고총액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제주도는 2022년부터 중국인의 손쉬운 직접 투자 통로가 돼왔다는 지적을 받은 외국인 부동산투자이민제도 등 각종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중화권에 편중된 직접투자 비중이 여러 국가로 다각화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는 일정 금액 이상 투자하면 영주권 취득 자격을 주는 제도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도의 기준 투자 금액은 지난해 5월부터 기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또 기존 대부분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투자 대상이 관광진흥법에 근거한 관광단지, 관광지 휴양콘도미니엄, 관광 펜션 등으로 제한되면서 명칭도 부동산 투자이민제도에서 ‘관광휴양시설 투자이민제도’로 변경됐다.

 

관광휴양시설 투자이민제도를 통한 투자 건수는 지난해 37건, 올해 들어 6월까지 5건이다.

 

김인영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투자 다각화를 통해 균형 잡힌 지역경제 성장을 추구하고 신재생에너지 기업 등 첨단 기업을 유치해 외국인이 제주 기업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기존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통해 제주도 부동산에 대한 중화권의 투자가 많아 한때 ‘제주도가 중국 땅 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한라산에서 바라 본 제주시 전경.

◆투자이민 열풍 식은 지가 언제인데…2017년부터 급감

 

실제 제주도 내 중국 국적 외국인 소유 땅이 0.5%에 불과한데도 ‘제주도가 중국섬?’이라는 제하의 대만 언론보도를 국내 언론이 인용 보도해 시끌시끌하자 제주도가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6월 대만 자유시보의 ‘제주도가 중국섬? 뒤치다꺼리 바쁜 한국’이라는 제목의 ‘제주 투자이민’ 보도와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제주도 전체 면적 1850㎢ 중 중국 국적의 외국인이 소유한 981만㎡는 0.5%에 불과하다”며 “이를 두고 ‘중국섬이 됐다’는 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대만 자유시보는 “제주도에는 테마파크, 카지노, 고층 호텔, 아파트 등을 건설하겠다는 토지 매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2019년 말 기준 중국인은 약 981만㎡(약 296만평)의 땅을 소유했다. 전체 외국인이 보유한 제주도 땅의 43.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0.5% 면적 소유로 ‘중국섬 됐다’는 표현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대만이 중국본토에 대한 불만을 제주섬에 빗대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더욱이 이 매체가 중국인들이 제주도에 자리잡게 된 원인으로 국내 장기체류로 받는 F-2(거주)비자는 약 5억원만 내면 받을 수 있고, F-5(영주권) 비자는 15억원을 투자하면 받을 수 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도는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2023년 5월 1일부터 투자이민제 투자금액 기준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면서 “제도의 명칭도 기존 ‘부동산 투자이민제도’에서 ‘관광휴양시설 투자이민제도’로 변경으며 투자대상은 관광진흥법 52조에 따른 관광단지 및 관광지 내 ‘휴양콘도미니엄’, ‘일반·생활 숙박시설’, ‘관광펜션 시설’로 한정됐다”고 해명했다. 한화 10억원 이상 휴양 체류시설을 매입해야만 출입국관리법시행령 12조에 따른 F-2 비자를 받을 수 있으며 5년 후 영주권 신청 자격도 주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투자이민제가 무분별하게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과 관련 도는 “일반인들이 투자이민제라고 하면 마을 토지, 아파트까지 매입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러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법무부에 명칭을 변경해달라고 했고 지난해 이를 수용해준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이민제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147조에 따라 지정된 관광단지 및 관광지 내의 휴양체류시설을 매입한 경우 체류를 보장하는 제도다. 제주는 2010년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이민제도를 첫 도입했다.

 

지금까지 외국인이 사들인 부동산은 1955건이며 F-5 비자 획득한 외국인은 683명이다. 도는 이 가운데 90%가 중국인이 획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인의 제주 투자 열풍이 사그라든지 오래다.

 

연도별 투자 건수를 보면 사드 보복 조치와 한한령,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인 2017년 37건, 2018년 30, 2019년 42건, 2020년 2건으로 급감했고, 이후에는 거의 전무하다.


글·사진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