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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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하는 한미약품 경영권 전쟁… 신동국 회장 행보에 쏠리는 시선

한미약품 본사 전경. 뉴시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임시주주총회가 확정되면서 시장에서는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한미약품그룹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을 가진 임종윤·임종훈 형제와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원하는 ‘3자연합’ 간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3자연합은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모친 송영숙 회장, 누이 임주현 부회장, 그리고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으로 구성됐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임종윤·임종훈 한미가(家) 형제들과 함께 OCI와 한미약품그룹 간의 종속적 합병을 저지하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 합병을 주도한 것은 송영숙·임주현 모녀다. 당시 신 회장은 고(故) 임성기 창업자와의 오랜 인연 덕분에 ‘백기사’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7월 말 신 회장은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과 함께 3자연합을 결성하고, 임종윤·임종훈 형제를 압박하고 나섰다. 3자연합을 결성하는 과정에서 OCI 합병 추진을 포함해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을 도왔던 L사가 신 회장의 영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표면적으로는 해외 투자 유치 반대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외부 투자 유치 시 자신의 이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최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으면 더 큰 가치로 자신의 지분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의 일련의 결정과 행동을 두고 “회사 성장이나 안정보다 자신의 지분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며, 이러한 개인적 이익 추구가 한미약품그룹의 신뢰도와 시장 평판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이 3자연합을 결성한 이후 한미약품그룹은 큰 혼란에 빠졌다. 가족 간의 갈등이 심화됐고, 임종훈 대표 취임 이후 안정을 찾아가던 경영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 회장을 지지하는 3자연합 측이 지주사와 계열사 간의 분쟁을 부추기면서 경영의 혼란을 가중시킨 것이다. 주력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박재현 대표가 OCI 합병 추진에 앞장섰다가 물러난 L사 측 임원들을 다시 회사로 영입하는 인사를 단행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일각에서는 L사가 신 회장을 포함한 3자연합을 통해 박 대표를 통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박 대표가 왜 회사를 팔아먹으려 했던 사람들을 지주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 들여야 했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다”며 “그 사람들만이 전문가라는 건지, 아니면 다시 회사를 매각하는 등 다른 생각이 있는지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회사 가치를 올리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의 발언이 실질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노린 단기 지분 가치 상승을 위한 공염불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신 회장이 진정으로 회사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내부 갈등을 부추기기보다는 화합과 안정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미사이언스는 3자연합의 요청에 따라 11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는 이사회 인원을 늘리는 정관 변경안,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 그리고 소액주주들의 주주친화정책을 확대하라는 요청에 따른 감액배당 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3자연합은 정관상 최대 10명(현원 9명)인 이사회의 정원을 1명 늘리고, 임 부회장과 신 회장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려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6대 5 구도로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는 3자연합 측 이사가 4명,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이사가 5명이다.

 

다만 정관 변경안은 재적인원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해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관 변경 없이 빈 자리인 한 명의 신규 이사가 선임될 경우 양측이 5대5 동수 이사회를 구성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룹 내 의사결정이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 경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