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식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비탈길 사람들> 펴냈다. 첫 시집 <돼지가 웃을 때는>을 발간한 지 4년 만이다. 시집 제목 ‘비탈길 사람들’이 말해 주듯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의 삶을 대변하면서 세상을 감성적으로 노래하며 그가 안타까워하는 사회문제를 이번 시집에 담았다. 웃다가 울다가 웃는 나름의 삶의 방식으로 그는 한풀이하면서 세상살이의 희로애락을 다루고 있다.
시집 속 ‘아버지의 지게’는 가정을 책임지고 어려운 생을 꾸려오신 아버지의 노고가 눈에 생생하다. 가족을 지게에 지고 어렵게 가정을 이끌어 오신 우리들의 아버지의 어깨가 그곳에 있다. 이제는 세월의 뒤 켠으로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시인은 대물림이 되는 지게를 서글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누렇게 금이 간 콘크리트 벽면을/ 손톱으로 긁으며/ 담장에 붙어 있는 담쟁이/ 삭풍에/ 평생을 남의 집에 빌붙어 있다.” ‘비탈길 사람들’ 종장에서는 비탈길 사람들의 삶에서 허덕임이 보인다. 언덕길을 걸으며 평생을 어렵게 살면서도 아직도 셋방살이의 고난 길을 걷는 힘든 이웃들을 남의 집 담장에 붙어 있는 담쟁이로 표현하고 있다.
‘비탈의 정년’에서는 국수 면발을 앞니로 끊다가/ 시장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발자국을 본다/ 라고 고백하면서 질퍽한 세상 냄새가/ 왜 이리 눈물이 되나/ 라고 정년 후의 무심한 세상을 탓하고 있다.
오정국 시인(전 한서대 문창과 교수)은 “우리 삶의 갈망과 회한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그 표현이 진솔하여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고 했다. 박명호 소설가는 “그의 시는 감정의 깊이와 언어의 정교함으로 인간의 심경을 자극하고 있다”고 평했다. 문인선 평론가(경성대 시창과 교수)는 ”빈자들의 고통을 삶의 각진 모서리에서 독자에게 사실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