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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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그룹 회장 “우리가 요청하면 지들 것 같이 일해줘야 돼”…이번엔 방송국 사업 동원 의혹

직원 상대 ‘폭언·욕설’로 논란이 된 SM그룹 우오현 회장이 지역민방을 건설 사업에 동원한 정황이 드러나는 녹취록이 국정감사에서 공개됐다.

 

SM그룹 우오현 회장. 뉴스1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24일 국정감사에서 우 회장이 UBC울산방송을 실제 건설 사업에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우 회장은 2022년 “(민방협회에) 우리가 도움을 요청하면 무조건 지들 것(사업) 같이 일을 해줘야 돼. 그러면 우리 울산에서 (뭔 일이 있으면) 우리도 맨발 벗고 나서줘야 된다”며 “감천동 치(경남아너스빌 시그니처)도 내가 울산방송 XXX사장한테 얘기를 해 놨으니까, 좀 브레이크가 걸리면 그리 말을 해”라고 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녹취록에 언급된 ‘민방협회’는 각 지역민방 소유주들이 각 사의 민원을 부탁하는 기구로 역할을 한다. 우 회장이 언급한 ‘감천동’은 SM그룹이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동에 건설한 380세대 경남아너스빌 시그니처 아파트를 의미한다. 이 의원은 “부산 감천동 건설 사업과 관련하여, 울산방송 사장을 이용해 부산방송에 민원 청탁을 하라는 뜻”이라며 “정치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민방 소유주들끼리 짬짜미를 하고 있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 전체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사진행 발언을 들으며 우오현 SM그룹 회장 욕설관련 보도 내용을 보고 있다. 뉴스1

이날 공개된 다른 녹취록에서도 우 회장이 “대표한테 연락해서 울산방송 사장이랑 전부 총동원하라”, “사장이 몸부림치고 쫓아다니고 해봐야 될 거 아니야 사장 XX가 ‘돈 떨어졌습니다 돈 꿔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SM그룹은 울산방송의 최대주주로서 방송법 위반, 소유·경영 미분리, 방송국 자산 빼가기, 부당한 비용 절감 조치 등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울산방송은 연고 없는 서울 수유리 부동산 매입에 150억원 가량을 투입했고, SM그룹 계열사에 155억원을 대여했다. 그러면서 270억원의 방송국 유보금이 바닥나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

현재 일부 지역 민영방송은 재정난에 빠진 상태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역 민영방송 총 9개 사 중 3개 사가 주말 뉴스를 폐지하고 4개 사는 인공지능(AI) 앵커가 진행하는 사전 녹화 영상을 주말 뉴스로 대체했다.

 

이 의원은 소유주의 과도한 경영 개입으로 지역민방이 각종 이권 사업에 동원되며 자본 상황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언론을 가진 사주에게 누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나”라며 “SM그룹 같은 기업이 지역에서 무슨 짓을 저질러도 언론 권력을 손에 두고 있기에 아무도 건드릴 수 없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 회장은 지난 7일 과방위 첫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동행명령장이 발부됐지만 출석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 회장은 지난 21일 국회에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한다고 전했지만 24일 동행명령장이 발부되고 한참 뒤에는 우 회장은 ‘21일 19시에 사망한 형제상(누이)’을 근거로 불출석 사유를 밝혔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