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이나 금융감독원 등 정부 기관을 사칭해 금전을 탈취하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가 최근 60대 이상 여성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연령대별로 구분했을 때 60대 비중은 작년 1∼9월 5%에서 올해 1∼9월 16%로 증가했다.
가장 피해가 큰 20대 이하 비중이 같은 기간 76%에서 54%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60대는 30대(7→9%), 40대(3→5%), 50대(4→9%), 70대 이상(5→8%) 등 다른 연령대보다도 증가 폭이 컸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한 60대 이상 고령층의 피해가 늘면서 기관사칭형 수법의 건당 피해액은 작년 1∼9월 1955만원에서 올해 1∼9월 4426만원으로 2.3배 늘었다.
전체 기관사칭형 피해 건수 중 1억원 이상 피해 건수도 같은 기간 281건에서 763건으로 2.7배 증가했다. 특히 60대 이상 여성 피해자 비율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1월 8%였던 비율은 9월에 23%까지 확대됐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국수본 측은 “은퇴로 인해 사회적 활동이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정보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며 “고령화에 따라 심리적 압박에 더 민감해지는 경향도 피해가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를 속이는 과정에서 선역(금감원 관계자 사칭범)과 악역(검사 사칭범)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금감원 관계자 사칭범은 “자금을 보호해주겠다. 구속되지 않도록 신원보증서를 제출해주겠다”라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반면, 검사 사칭범은 “당신으로 인한 피해자가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당장 구속하겠다”라고 피해자를 협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심리적으로 압박당하고 완전히 세뇌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경찰에 “검사는 고성으로 협박하고, 금감원 과장이란 사람은 (저를) 달래주면서 빨리 이체해야 한다고 양쪽에서 번갈아 가면서 정신을 쏙 빼놨다”며 “저도 모르게 시키는 대로 하게 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전화, 우편, 문자 등 최초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어도 결국 검찰이나 경찰, 금감원 같은 정부 관계자로 소개하면서 ‘범죄에 연루됐으니 무혐의를 입증하려면 자산 검수에 협조하라’고 속이는 전형적인 특징을 지닌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관사칭형처럼 전형적인 수법은 범죄 시나리오나 최소한의 키워드라도 숙지해두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