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글래디에이터2’ 리들리 스콧 “로마의 냄새 날 정도로 고증”

영화 ‘글래디에이터’가 2편으로 돌아온다. 24년 만이다. 명작으로 평가받는 ‘글래디에이터’(2000)의 속편 ‘글래디에이터 2’는 다음 달 13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북미 지역 개봉일은 같은 달 22일이다.

 

영화 개봉에 앞서 1편에 이어 2편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과 출연 배우들을 25일 화상인터뷰로 만났다. 주역 루시우스를 맡은 폴 메스칼을 비롯해 덴젤 워싱턴, 코니 닐슨, 프레드 헤킨저가 함께했다.

 

인터뷰에 앞서 언론에 참고용으로 공개된 2편은 로마 시대를 구현한 규모부터 웅장했다. 스콧 감독은 ”영화는 즐기기 위한 것이지만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고증을 한다”며 “당시 건축, 의상, 생활양식을 세세히, 한마디로 당시 ‘로마의 냄새’가 날 정도로 디테일하게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적 사실을 자세히 이해하고 조사한 뒤 이를 나만의 버전으로 어떻게 영화화할 것인가 고려하며 접근했다”며 “전 작업할 때 현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영화로 가져올까 생각한다. 영화는 흥미뿐 아니라 많은 정보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래디에이터2’의 리들리 스콧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세트장에 들인 공에 대해서는 덴젤 워싱턴도 공감했다. 그는 “배우들은 내적으로도 배역에 몰입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글래디에이터2의 경우) 현장의 압도적인 규모 때문에 세트장에 도착하면 물리적으로 몰입되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콧 감독이 우리가 로마인이 될 수 있게 물리적 환경을 세트로 제공해줬다. 너무나 실제와 같았다”며 “그 규모나 정교함을 보면 이 사람은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구나 싶어진다”고 말했다.

 

2편은 1편의 주인공인 검투사 막시무스가 죽은 지 16년 가량 지난 시점이 배경이다. 로마 제국은 쌍둥이 폭군 카라칼라와 게타 황제가 통치하고 있다. 로마 제국에 정복당한 변방 누미디아의 청년 루시우스(폴 메스칼)가 로마로 끌려가 강제로 검투사가 되면서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간다.

‘글래디에이터2’의 배우들. 왼쪽부터 덴젤 워싱턴, 코니 닐슨, 폴 메스칼, 프레드 헤킨저.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콧 감독은 1편 이후 속편이 나오기까지 24년이 걸린 데 대해 “사람들은 제게 ‘왜 이렇게 속편이 오래 걸리냐’ 질문을 많이 한다”며 “그럴 때마다 반문한다. ‘당신 책이나 대본을 써 본 적 있냐고. 이게 얼마나 어려운데”라고 운을 뗐다. 그는 “후속편 작업은 특히 위험하다. 많은 이들이 1편보다 별로일 거라 생각한다”며 “2편 시나리오 작업을 한 건 1편이 나온 지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원고가)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 4년 정도 묵혀 뒀다”고 설명했다. 이후 바쁘게 사느라 1편으로부터 8년이 지났을 때쯤 ‘1편에서 생존한 모자인 루실라와 루시우스의 이야기’를 청사진으로 삼기로 했다. 이후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며 2편 작업이 궤도에 올랐다. 

 

배우들에 따르면 스콧 감독은 한 장면을 두 테이크 이상 찍지 않았다. 스콧 감독은 이에 대해 “감독을 하기 이전에 정말 수도 없이 많은 광고를 찍었고 첫 영화는 40세때였다”며 “첫 영화를 찍으면서 ‘이거 꽤 쉽네’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수십 초 안에 모든 정보를 담아야 하는 광고 촬영에 단련된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첫 두 편의 영화를 찍으면서 느낀 게 모든 배우는 할 수 있으면 서른아홉번 정도는 그 장면 다시 찍고 싶어한다는 것”이라며 “감독으로서 내 일은 캐스팅을 잘하는 거고, 내가 캐스팅 잘 했으면 배우들에게 여러 번 찍으라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들이 훨훨 날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그럴 경우 두 번이면 원하는 게 나오더라”라며 “첫 테이크에서는 배우들이 약간 불안해하고 이 상황이 뭔지 모르면서 그냥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루시우스를 연기한 폴 메스칼은 검투사에 걸맞게 체격을 키워야 했다. “굉장히 많은 닭가슴살, 브로컬리와 웨이트 훈련을 해야 했다”고 한다. 메스칼은 “스콧 감독이 항상 내 몸을 검사하듯 위아래로 샅샅이 훑어볼 때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며 웃은 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몸집이 됐는데 감독님이 마지막 촬영쯤 ‘그래, 거의 다 됐다’ 하셔서 도대체 어디까지 제 몸을 키우실 건지 탄식했다”고 전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