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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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찜찜했는데”… 암 환자에 쓴 내시경이 내 몸속으로 [금주의 ‘눈살’]

위·대장 내시경 소독 점검 자료보니
세척·소독 미실시, 일회용 재사용 등
583곳의 검진기관서 ‘부적정’ 판정

평소 잦은 소화불량을 겪는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1년에 2~3번은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평소 술자리와 스트레스가 심한 김씨가 위내시경을 받기 시작한 것은 40대 초반부터다. 김씨가 위내시경을 받는 병원은 집 근처에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김씨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소화제를 복용하고도 소화불량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는데, 매번 의사가 위내시경을 권유한다”며 “잦은 위내시경이 위에 부담은 되지만, 혹시나 해서 매번 내시경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시경 검사는 첫 번째로 받기를 원하지만, 순서가 뒤로 밀릴수록 매우 찜찜하다”고 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김씨의 생각은 맞았다. 최근 5년간 국가검진기관 중 593곳이 내시경 기구 소독 관련 ‘부적정’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적정 판정을 받은 기관 중 대부분은 의원급 의료기관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국가건강검진이 시행된 검진기관 2만8783곳에 대한 위·대장 내시경 소독 점검에서 2.1%에 해당하는 593곳이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이들 기관은 내시경 기구의 세척이나 소독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거나, 일회용 부속기구를 재사용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시경 종류별로 살펴보면, 위 내시경 기구 소독 점검에서 부적정 판정을 받은 의료기관은 총 375곳이었다. 이 중 의원급 의료기관이 82.9%인 311곳을 차지했다. 대장 내시경 기구 소독 점검에서 부적정 판정을 받은 218곳 중 76.6%인 167곳이다. 이들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의 내시경 세척 소독 매뉴얼에 따르면 내시경 소독액은 대부분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다. 다만 장기간 반복해 사용하면 소독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농도 검사를 통해 최소 유효 농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소독액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러나 현재 고시에는 소독액의 노출 시간과 종류, 세척 방법만이 규정돼 있는 실정이다. 소독액의 농도 기준과 폐기와 관련된 구체적인 지침이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 의원은 “무리한 소독액 재사용과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내시경 기구 이용으로 인해 내시경 검진을 받는 환자들이 질병에 걸릴 우려가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내시경 소독액의 재사용 및 폐기 관련 지침을 정비하고, 내시경 소독 실태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