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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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푸틴과 악수’ 유엔 사무총장 키이우 방문 거절

“침략국 영토에서 ‘유엔의 날’ 보내…
유엔 수장으로서 있을 수 없는 처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한 일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구테흐스의 키이우 방문 의사를 거절했다. 오는 2026년 12월까지 2년 2개월가량 임기가 남은 구테흐스로선 체면을 구긴 셈이 되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회의 의장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구테흐스는 러시아 방문 직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이동해 젤렌스키와 만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BBC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젤렌스키가 구테흐스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22∼24일 러시아 카잔에서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열렸다. 푸틴이 주최한 이 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 회원국 정상들이 대거 참여했다. 2006년 러시아, 중국, 인도, 브라질이 ‘신흥 경제국의 모임’을 표방하며 창설한 브릭스는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랍에미리트(UAE)를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구테흐스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유엔 안팎의 회의론에도 “글로벌 협력 강화에 있어 브릭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방문을 강행했다. 특히 24일에는 푸틴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그때 푸틴과 악수하는 사진이 전 세계에 타전되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테흐스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에 정의로운 평화가 필요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푸틴은 이를 경청하기는커녕 비웃는 듯한 대꾸를 해 구테흐스에게 망신을 안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사진은 지난 9월 젤렌스키가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 유엔 본부를 방문했을 때의 모습. EPA연합뉴스

젤렌스키 측은 구테흐스가 푸틴과 만난 날이 하필 ‘유엔의 날’이란 점도 문제 삼았다. 1945년 10월24일 출범한 유엔은 지난 24일로 창설 79주년을 맞았다. B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구테흐스는 침략 전쟁을 일으킨 자(푸틴)와 악수하고 침략국(러시아)의 영토에서 유엔의 날을 보냈다”며 “그런 구테흐스를 키이우로 초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6월 스위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의’ 당시 구테흐스를 초청했으나 그가 응하지 않은 점도 지적하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평화 정상회의에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비롯해 세계 90개국 이상의 정상 또는 각료급 인사가 참여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