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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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방송이라면서 노출”…네이버 ‘치지직’ 들어갔더니 [뉴스+]

성인인증 없이 미성년자 시청 가능
욱일기 방송에 선정적 방송 등 논란
네이버, AI 모니터링 나서고 있지만
“모니터링 인력 추가·관리감독 강화”
치지직 화면 캡처. 이정헌 의원실 제공

 

중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A씨는 어느 날 아들의 핸드폰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녀가 가슴 부위를 노출한 채 선정적인 춤을 추고 있는 여성의 방송을 보고 있던 것이다.

 

A씨가 나무라자 아들은 “그냥 게임 방송”이라며 되레 화를 냈다.

 

A씨는 “일반적인 게임 방송이라면서 왜 그런 자극적인 내용이나 영상이 포함돼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미성년자들이 불건전한 유해 콘텐츠에 너무 무방비하게 노출된 것 같다”고 우려했다.

 

네이버의 인터넷 생방송(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CHZZK)에서 로그인이나 성인 인증 없이도 유해 콘텐츠에 쉽게 접근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연초에도 관련 논란이 있었던 만큼 네이버가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모니터링과 필터링이 미흡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서 “네이버 치지직에 접속해 로그인을 따로 하지 않고 특정 스트리머 이름을 검색하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등 다소 민망한 행위를 하는 영상을 아무런 제한 없이 시청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해당 과정을 직접 시연한 영상을 공개하며 “어떤 영상은 19금이 설정돼 썸네일이 제한됐지만, 제재가 전혀 없이 게재된 영상들도 있다”면서 “치지직의 연령 제한 설정이 모호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네이버의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 '치지직' 아이콘. 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올해 5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은 매달 200만명의 이용자를 끌어들이며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업계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치지직의 지난달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234만명으로, 같은 기간 숲(SOOP·옛 아프리카TV)의 MAU 236만명과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공개 시범 서비스 기간 논란이 되는 방송들이 잇따라 송출됐다.

 

지난 1월 한 여성 스트리머는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와 일본 국기가 그려진 머리띠를 착용한 채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다른 플랫폼에서도 욱일기를 입고 방송하며 “자신이 일본인이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선정적인 성인 방송을 주로 하는 스트리머들의 방송이 송출되거나. 성범죄자 등 범죄 전과가 있는 스트리머가 방송을 한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올해 초 치지직에서 욱일기 티셔츠를 입고 방송한 스트리머.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네이버는 당시 욱일기를 입은 스트리머와 성기를 노출한 스트리머의 방송 권한을 박탈시켰다. 또 연령 제한 기능을 추가하는 등 모니터링과 사후 조치 방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네이버는 자체 음란물 신고 창구에서 문제가 되는 라이브 방송과 VOD 콘텐츠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플랫폼 운영 정책에 따라 성적 행위나 언행, 폭력 및 가혹 행위 등을 유해 콘텐츠로 분류해 이용 제한 조치를 내린다.

 

또 인공지능(AI) 기술인 ‘그린아이(Green-eye)’를 적용해 필터링하는 등 24시간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AI가 유해 사진과 영상을 걸러낼 수 있는 확률은 98.1%다.

 

하지만 치지직이 정식 출범한 후 창구에 신고된 영상을 내보낸 채널 가운데 ‘이용 제한’ 조치를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2023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치지직 내 신고된 라이브 방송 및 VOD 및 조치 현황. 이정헌 의원실 제공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치지직 내 신고된 라이브 방송 수는 7417개였다. 그 중 총 621개 채널만 주의(556개) 또는 차단(65개) 조치를 받았다. 신고된 VOD는 1007개로, 그 중 91개 채널에 차단 조치가 내려졌다. 이용이 제한된 채널은 없었다.

 

스트리머가 실시간으로 유해 콘텐츠를 송출한 뒤 영상을 게재하지 않고 지워버리는 꼼수를 부리기도 하는데, 삭제된 영상들에 대해서는 제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는 자료를 통해 “라이브 후 저장된 영상에 대해 그린아이와 함께 인적 검수를 병행하고 있고, 라이브 영상에 대해서는 적용 가능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라며 “따라서 그린아이만을 이용한 선정적 콘텐츠 적발 건수를 따로 산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해 콘텐츠에 대한 전방위적인 모니터링과 관리 인력 추가 투입 등의 대책뿐 아니라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관리감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의원은 “가이드라인과 모니터링 체계가 있는데도 이런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치지직의 방만한 운영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규제기구인 방심위는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콘텐츠가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는 심각성을 인지해 지금이라도 철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등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콘텐츠와 채널에 대해 제대로 심의하고 시정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지직 화면 캡처. 이정헌 의원실 제공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