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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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대신 축제로 ‘마왕’을 기억하다

신해철 10주기 콘서트 열려
넥스트·싸이·넬 등 헌정 무대
방송가도 재조명 프로 선봬

‘마왕’으로 불렸던 가수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지 27일로 10년이 됐다. 2014년 의료 사고로 46세의 나이에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유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신해철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밴드 무한궤도로 출전해 ‘그대에게’로 우승하면서 데뷔했다. 솔로 활동을 거쳐 록밴드 넥스트(N.EX.T)의 리더로 활동하며 여러 히트곡을 남겼다. 싱어송라이터 윤상과 함께 만든 프로젝트 그룹 ‘노 댄스’를 비롯해 솔로앨범 ‘크롬스 테크노 워크스’와 ‘모노크롬’, 또 다른 프로젝트 그룹 ‘비트겐슈타인’ 등을 통해 음악 실험을 지속했다.

신해철은 서태지를 비롯해 후배 가수들도 존경해 왔던 뮤지션이다. 2020년 말 하이브(당시 빅히트 레이블즈)가 신해철 헌정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신해철과 절친했던 가수 싸이는 자신의 대표 브랜드 콘서트 ‘흠뻑쇼’ 등에서 신해철에 대한 헌정곡 ‘드림(DREAM)’을 꾸준히 부르고 있다.

신해철이 당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까닭은 가요계를 넘어 사회·정치계에까지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 스테이션’ DJ를 맡아 과감하면서 파격적인 발언으로 ‘마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정치적인 발언과 행동도 서슴지 않았고,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과감하게 내뱉는 ‘독설 논객’으로도 통했다. MBC ‘100분 토론’에 여러 차례 출연해 대마초 비범죄화 주장, 간통죄 반대, 학생 체벌 금지 등을 주장했다.

 

지난 26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마왕’으로 불렸던 가수 신해철의 10주기를 기리기 위한 헌정 콘서트 ‘마왕 10th : 고스트 스테이지’가 열리고 있다. 드림어스컴퍼니 제공

신해철 10주기를 맞아 방송가에선 그를 조명하고 기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특히 26일부터 27일까지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신해철 트리뷰트 콘서트 ‘마왕 10th : 고스트 스테이지’가 펼쳐졌다. 신해철이 생전 활동한 밴드 넥스트를 비롯해 고유진, 홍경민, 김동완, 싸이, 김범수, 넬, 해리빅버튼, 전인권 밴드, 이승환, 국카스텐 등이 힘을 보탰다. 신해철의 음악성과 철학을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퍼포먼스 무대로 재해석하고 슬픔을 나누기보다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신해철의 아내인 윤원희 넥스트유나이티드 대표는 “10주기를 전환점으로 이제는 추모와 슬픔으로 고인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모든 노력과 정신이 깃든 음악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기쁘고 용기를 주는 에너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이라며 “동료 가수들이 흔쾌히 ‘오케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