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친일 교육 심판.”(정근식 후보), “10년 만의 교육 정상화.”(조전혁 후보). 구호만 놓고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난 16일 재보궐 선거에서 격돌한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이 내건 공약이다. 이토록 양 정당과 유사하게 대립각을 세웠음에도 최종 투표율은 23.47%에 그쳤다. 2008년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최저다. 현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문제제기는 비단 이번 재보선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기준으로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지난 3번의 선거에서도 투표율은 50%를 넘겼지만 무효표가 많았다. 최근 10년간 무효표는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10만540표였던 무효표는 2018년 14만2625표에서 2022년에는 21만7449표로 20만표를 돌파했다. 18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져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74.49%) 때에도 역시 무효표는 87만6609표로 가장 많았다. 그만큼 교육감 선거가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처럼 교육감 직선제에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이유로는 정당과 함께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는 점이 꼽힌다.
교육감후보자들은 정당 공천이 없다. 또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르면 교육감 후보가 되기 전 1년 동안 정당 당원이었던 적이 없어야 하고, 교육경력 또는 교육행정경력, 혹은 둘을 합쳐 3년이 넘어야 한다.
그러나 양 정당에서 후보에 대한 간접적인 지지를 표하고, 후보들도 선거 홍보물에 각 정당을 상징하는 색을 사용하는 등 사실상 정당 공천과 다름이 없지 않냐는 말이 나온다.
이에 각 후보가 속한 진영을 공식화 하자는 대안도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시장·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를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러닝메이트제로 선출하는 것이 지방시대, 지방 균형 발전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2대 국회에서는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지난달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서지영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교육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지난달 MBC 라디오에서 “러닝메이트로 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도 “정당 공천을 아예 공개적으로 해서 하자 하는 것은 좀 고민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의 정치적 중립’ 문제가 있어 교육감 선거에 정당이 깊숙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헌법 제31조에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나와 있다. 또한 교육기본법 제6조는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 정치권이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이러한 원칙들이 깨질 수도 있다.
교육감 직선제를 개선할 현실적인 동력이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교육감 선거는 누가 되더라도 정치적인 타격이 크지 않다“라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대통령선거와는 결이 다르다“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