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타격하며 전 세계가 우려해온 두 국가의 재충돌이 현실화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습이 예상보다 제한적인데다 이란도 강경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며 양국이 극한 대립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달 1일 이란으로부터 탄도미사일 약 200기 공격을 받은 뒤 줄곧 재보복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왔다. 이후 25일 만에 예고했던 대로 전투기와 무인기(드론) 100여대를 동원해 26일 세 차례에 걸쳐 테헤란, 후제스탄, 일람 등 3개 도시의 국제공항과 군사기지, 탄도미사일 및 드론 생산공장 등을 파괴했다. 국제사회가 우려했던 이란의 핵시설과 석유관련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이뤄지지 않아 이번 재보복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심지어 이스라엘이 공습에 앞서 네덜란드 등 제3자를 통해 이란 측에 미리 표적 등에 대한 정보를 간접적으로 알려줬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습 하루 뒤인 27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이스라엘군 전사자 추모식에서 “공격은 정확하고 강력했으며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같은 행사에서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도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우리는 고통스러운 양보를 해야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강경 일변도였던 이스라엘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란 역시 앞선 갈등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공습 이후인 26일 이란군 총참보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에 제한적인 피해만 줬다”고 밝히며 “이란은 적절한 시기에 침략에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대응할 권리를 갖는다”고 추후 대응이 있을 수 있다고 선언했다. 다만, 앞선 이스라엘과의 충돌 때 ‘복수의 불길’, ‘피의 대가’ 등 강경한 표현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이날 이란의 성명은 최대한 절제된 표현을 사용해 재보복이 실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마치 ‘약속대련’처럼 보이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이번 공방에 양측의 이해관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유나 핵 시설을 피해 공격하라고 주문해온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압박을 고려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그 이후 언제라도 이란을 추가 타격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란의 경우 정권의 안정을 위해 이스라엘과의 충돌 수위를 가능한 한 낮추려 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졌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논의도 재개돼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이 이날 도하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와 회동한다고 로이터가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가안보실로부터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보고받고 “현지 교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상황악화에 대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