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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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나고 기침, 나도 혹시?" 확 늘어난 폐렴·백일해 [건강+]

폐렴·백일해·수족구·코로나19 등 호흡기질환 기승

# 19일 오전 11시 서울 반포동의 A 가정의학과의원. 20여명의 환자들이 접수대기표를 받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쓴 호흡기 환자들이다. A 가정의학과 원장은 “요즘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코로나19, 폐렴 등 호흡기 환자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다”며 “특히 폐렴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온다든가, 폐렴도 여러 가지 종류의 폐렴을 동시다발적으로 걸려 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 24일 정오에 방문한 서울 잠원동의 B 소아과. 아픈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한 부모들 30여명이 병원 안팎에서 대기 중이다. 오픈한지 3시간이 지났음에도 대기가 1시간 이상이다. 최근 영·유아와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일반 감기부터 시작해 독감, 수족구, 백일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유행이다. B소아과 원장은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 기관 생활하는 아이들이 먼저 걸려오면 가족 전체적으로 감염이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세균성 폐렴과 백일해 등 호흡기 감염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는 독감까지 더해지면 소아과와 호흡기내과 등 병원은 그야말로 북새통이 될 전망이다.

 

특히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초기에 두통, 발열, 인후통 등이 나타나는 게 감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감기와 달리 일주일 이상 증상이 진행되면서 목이 쉬고 기침이 심해지며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2~6주까지 기침, 전신 쇠약이 지속될 수 있으며 피부질환, 관절염, 뇌염 등 호흡기 외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질병관리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으로 입원한 환자는 2만69명으로 지난해보다 350%가량 크게 늘었다. 2022년 입원환자(1591명)과 비교하면 12.6배가 넘는 수치다.

 

마이코플라즈마균은 폐렴의 주 원인으로 10~15%는 중증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대부분 항생제로 치료한다. 다만 일반적인 세균과 달리 세포벽이 없어 페니실린계 항생제는 효과가 없고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를 쓴다. 이 또한 내성이 있을 수 있어 항생제 투여 후 3일이 지났음에도 증상이 심해지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입원을 고려해야 한다.

 

소아청소년 사이에서는 ‘100일 동안 계속되는 기침’이라는 뜻의 백일해도 유행이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으로, ‘흡’ 하는 소리, 발작,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 기침 양상을 보인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백일해는 올해 4월부터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국내 환자 수는 2만2562명으로, 2023년 환자 수 292명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증가했다.

 

기침이 6~8주에 걸쳐 진행되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3~4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영유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일 만큼 치명적이다. 특히 신생아 감염의 경우 치료를 받아도 치명률이 4%에 이를 정도로 높다. 따라서 적절한 예방 접종과 손씻기 등 철저한 감염 관리가 중요하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