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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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나도 여전한 '마왕'의 위로

신해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인
‘마왕 10th : 고스트 스테이지’
“숨기려 애를 써도 눈빛이 어둡네요 괜찮아요 모든 것이 잘 될 거예요. 설움이 복받칠 땐 그냥 소리 내서 울어요 괜찮아요 그 누구도 비웃지 않아요. (…) 이제 당신의 때가 와요 괜찮아요 앉은 김에 조금 더 쉬어요 누구나 두렵겠죠 이 거친 세상에선 괜찮아요 생각대로 계속 해 나가요 It’s alight It’s alight” (노래 ‘It’s Alright’ 중)

 

‘마왕’으로 불렸던 가수 신해철(1968~2014)의 10주기 추모 공연 ‘마왕 10th : 고스트 스테이지’가 열린 27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 공연장에서 열렸다.

신해철이 2014년 10월 27일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날, 팬들과 동료 가수들이 모여 그의 노래로 그와 우리들을 위로했다.

 

10년 전 그날, 그 누구도 믿지 못한 소식에 다들 “거짓말”이라고 말했던, 하지만 정말로 벌어졌던 그날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노래와 음악, 그리고 말과 행동 등은 유산으로 남아있다.

 

이날 에피톤프로젝트가 부른 ‘잇츠 올라잇(It’s Alright)’처럼 말이다.

 

㈜넥스트유나이티드와 ㈜드림어스컴퍼니는 신해철의 10주기를 맞아 지난 26일과 27일 양일간 신해철 트리뷰트 콘서트 ‘마왕 10th : 고스트 스테이지’를 개최했다.

신해철과 함께 넥스트(N.EX.T)로 활동했던 김영석, 김세황, 이수용과 그에게 음악과 인생을 배웠다는 홍경민, 고유진(플라워), 김동완이 신해철의 빈자리를 대신해 ‘넥스트 유나이티드’로 뭉쳐 무대를 열었다. ‘더 드리머(The Dreamer)’와 ‘호프(Hope)’, ‘영원히’ 등 넥스트와 신해철의 노래를 들려줬다.

 

첫 날 26일 싸이는 ‘해에게서 소년에게’ ‘나에게 쓰는 편지’ ‘그대에게’, 김범수는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넬은 ‘날아라 병아리’, 해리빅버튼은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예성은 ‘일상으로의 초대’, 솔라는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를 자신만의 색깔로 편곡해 선보였다. 

 

27일에는 이승환이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국카스텐은 ‘일상으로의 초대’와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 에피톤 프로젝트는 ‘잇츠 올라잇’과 ‘그대에게’,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먼 훗날 언젠가’를 선보이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밴드 음악으로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양일 무대에 오른 청소년 합창단 떼루아 유스콰이어는 신해철의 히트곡 중 하나인 ‘민물장어의 꿈’을 청소년의 목소리로 전해 감동을 더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제이홉도 짧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신해철을 그리워하고 공연을 응원했다.

 

BTS와 신해철은 2020년 12월31일 하이브(당시 빅히트 레이블즈)의 합동 콘서트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 프레즌티드 바이 위버스(NEW YEAR’S EVE LIVE presented by Weverse)’를 통해 간접적인 인연을 맺었다. 

 

당시 인공지능(AI) 기술로 제작한 홀로그램을 통해 신해철과 빅히트 레이블스 소속 가수들의 협업 무대가 펼쳐졌다.

 

BTS는 협업 무대에 직접 참여는 안 했으나, 멤버 슈가가 신해철을 기리는 헌정 무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밴드붐의 원조 중 한 팀 ‘송골매’의 한 쪽 날개인 DJ 배철수는 자신이 진행하는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코너 ‘철수생각’ 형식으로 내레이션을 녹음해 주최 측에 전달하는 것으로 신해철을 추모했다.

 

이날은 신해철 10주기를 추모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축제의 장이기도 했다.

 

단순히 그의 빈자리를 슬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와 함께 미래를 그려가는 자리이기도 했다.

 

‘넥스트 유나이티드’로 무대의 시작을 열었던 홍경민과 이수용 등은 “신해철이 그립고 보고 싶으면 이렇게 한 번씩 모여서 제사를 드리자”라며 “멀지 않은 훗날 언젠가 무대에서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콘서트를 공동 주최 주관했던 드림어스컴퍼니 신상화 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신해철과 그의 음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의 음악을 다시 부르는 아티스트가 있다는 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라며 “시간을 초월해 사랑받을 수 있는 공연 기획과 제작으로 라이브 아티스트들에 대한 지식재산권(IP)과 밸류체인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해철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 그룹 무한궤도로 출전해 대상을 받으며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솔로 가수로도 인기를 끌었던 그는 1992년 그룹 넥스트를 결성해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했다. 신해철은 ‘그대에게’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도시인’ 등 무수한 히트곡을 선보였다. 가수로서 최정상의 위치에 섰던 그는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첨예한 사회적 사안에도 소신껏 발언했으며,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 스테이션’을 운영하며 청취자들에게 위로를 주기도 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