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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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화문광장, 과거·현재·미래 어우러진 공간 돼야

서울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장소이자 도시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공공공간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자연과 도시가 융합하는 개념으로 조성된 한양은 600년 역사를 지닌 도시 서울의 모태다. 그 한양의 중심, 경복궁과 함께 관청이 모여 있던 광화문 앞길은 현재 광화문광장으로 가꾸어지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회복과 개선의 노력이 지속됐고, 지금도 끊임없이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되살리고 국가와 시민의 광장이라는 본래 역할을 다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한 중요한 사업이다.

광화문광장 조성은 1994년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역사의 회복뿐만 아니라 가려져 잃어버렸던 국가의 상징, 그리고 서울의 대표 경관을 되찾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도년 성균관대학교 교수

백악과 보현봉, 북한산이 이어져 경복궁과 광화문이 함께 만드는 조화로운 모습은 어느 도시와도 비교할 수 없다.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아름답고 품격 있는 랜드마크. 서울의 상징을 회복한 것이다.

그로부터 15년 뒤, 자동차로 가득 찼던 100m 너비 16차선 도로의 가운데 최초의 광화문광장이 만들어졌다. 자동차가 차지한 도심 한복판에서 걷고 쉴 수 있는 공간의 체험은 서울의 도시정책을 자동차 위주에서 사람 중심의 걸을 수 있는 정책으로 진화하도록 이끈 중요한 계기가 됐다. 자동차만 다니던 세종로가 가족이 함께 방문하고, 아이들이 뛰어 노는 시민의 장소가 됐다.

2021년 월대의 복원으로 경복궁과 서울 도심이 연결됐다. 왕과 백성의 소통과 나라의 화합을 상징하던 월대가 일제강점기에 훼손돼 오랜 세월 도로 아래 묻혀 있었다. 월대 복원과 함께 조성된 새로운 광장은 경복궁과 광화문, 그리고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지면서 도로로 단절됐던 공간이 다시 소통과 화합의 장소로 회복됐다.

우리는 역사와 국가의 상징공간인 광화문 일대를 지난 30년간 회복해 왔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장소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역사적 의미가 큰 만큼, 갖추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많은 검증과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쉬운 일부터, 그리고 시민 이용에 필요한 사항부터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공공공간의 중요성과 절실함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은 늘어나는 이용자 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의시설부터 확충해야 한다. 또한 정부청사 등 공공건물의 배타적인 경계를 광장의 모습에 어울리도록 개선해야 한다.

광화문광장이 국가를 상징하는 품격 높은 장소가 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앞으로 관련 사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큰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 대한민국 번영의 기틀이 된 희생과 헌신에 대한 기억을 담는 장소로서의 가치, 미래세대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는 소통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원칙은 시대적 상황 등에 흔들림 없이 존중돼야 한다.

새로운 문화와 문명의 발원지라는 광장의 역할도 잊지 말아야 한다. 광화문광장 역시 옛 것에 새 것이 더해지면서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해 왔다. 광화문광장이 아날로그와 첨단기술이 어우러지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환영하는 기회의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

 

김도년 성균관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