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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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우크라 파견을 두고 “고문기술 전수”라는 野 대표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보로네시 고속도로에서 민간 차량을 이용해 최전선으로 수송되고 있는 정황이 우크라이나군 당국에 27일 포착됐다.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해 일부 점령한 러시아 본토다. 파병된 병사들은 전투경험이 없는 10대, 20대 초반이어서 사상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북한군이 이곳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는 작전에 투입된다면 러시아와 공동 교전국이 된다. 한반도 우발상황 시 러시아가 개입할 더 강력한 명분이 확보돼 우려를 더한다. 우리가 강 건너 불구경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우리 정부 대표단이 이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가 있는 벨기에까지 가 북한군 파병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유럽 안보에 미치는 위험성을 상세히 설명한 배경이다. 북한군 파병 동향 분석을 위한 국가정보원 분석관과 연락관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하는 방안도 협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30일에는 한·미 국방장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하고, 31일엔 한·미 외교·국방 2+2 장관회의가 열린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정쟁만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러시아와 북한이 파병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는데도 여전히 북한에 대한 비판은 전무하다. 오히려 북한군 파병을 규탄한 정부를 향해 김건희 여사 의혹을 덮으려는 음모라는 주장을 반복한다. “윤석열 정권의 전쟁 조장”, “전쟁광”이라는 단어까지 동원됐다. 정부 대표단이 나토 회의에 참석해 동향 브리핑을 하는 것을 놓고 한국군 파병을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몰아세운다. 이러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북한의 참전에 대한 민주당 진짜 입장은 뭔가”라고 되묻지 않겠나 싶다.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지 의심스럽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어제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파병 동향 파악을 위한 모니터링단 파견을 두고 “국정원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하는 북한군 전쟁포로들 심문을 하기 위해서 심문조를 파견하겠다고 한다”며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고문기술을 전수라도 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거대 야당 대표로 국회 차원의 북한군 파병 규탄 결의안을 주도해도 모자랄 판국에 이 무슨 황당무계한 발언인가.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다. 국가의 존망이 달린 안보 문제를 ‘정권 심판론’에 동원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