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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신질환자 보호관찰 유명무실… 출소 후 관리 가족 몫 [심층기획-망상, 가족을 삼키다]

존속살해·미수 보호관찰 명령 18%뿐
치료감호 받아도 60% 다시 병원 입원
“관찰관 확충해 日처럼 적극 관리해야”

정신질환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출소 이후 치료 관리가 사실상 가족에게 떠넘겨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세계일보는 최근 10년간(2014∼2023년) 존속살해와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진행된 판결 823건(열람제한 제외 전수)을 분석했다. 이 중 정신질환과 연관성이 인정된 존속살해·존속살해미수 사건 211건(1심 기준)을 살펴본 결과 상급심에서까지 보호관찰이 청구되지 않은 경우가 82.5%(174건)에 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호관찰은 피고인의 재범 방지를 위해 보호관찰관이 치료 기록을 확인하거나 위험한 물건 소지 여부를 감시하는 등 관리·감독하는 제도다. 징역 형기를 마친 출소자가 지속해서 치료받도록 법원이 명령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법원이 보호관찰을 내리지 않는다면 피고인에 대한 치료관리의 책임은 온전히 가족의 몫이 된다. 존속살해·존속살해미수 사건의 피해자인 가족이 다시 피고인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2021년 인천에서는 한 남성이 과거 중증 정신질환으로 인한 폭력범죄로 실형 선고를 받고도 출소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다가 엄마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이 사건 이전에도 엄마를 폭행해 특수존속상해죄와 존속상해죄로 불구속기소된 상태였다. 그는 피해망상이 심해진 상태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함께 살던 엄마를 때려 숨지게 했다.

가족들은 치료관리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피고인에 대한 ‘보호’를 거부하는 경향을 보였다. 법무부가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치료감호가 종료된 수용자의 60%는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가족이 피고인을 돌볼 수 없다고 판단돼 정신병원에 행정입원된 비율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정신질환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경우 출소자의 치료를 지역사회에서 보호관찰관이 적극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범행에 이른 만큼 가족에게만 맡겨둘 순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영렬 국립법무병원장은 “일본은 출소한 정신질환자를 가족에게 맡겨 놨다가 효과가 없어 바꾼 것인데, 한국도 가족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보호관찰관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호관찰관이 부족한 점은 법원이 보호관찰을 명령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호관찰이 내려진 사건은 17만7540건을 기록했다. 보호관찰관(1861명)이 1인당 담당하는 사건은 95건에 달했다.

 

나아가 보호관찰관의 권한과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법원의 보호관찰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보호관찰관이 관리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70대 정모씨는 아들을 집에 두고 외출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아들은 5개월 넘게 약을 먹지 않고 있다. 기자가 만난 정씨는 약을 먹지 않아 망상 증상이 시달리던 아들이 흉기를 휘두른 그날의 악몽이 재연될까 불안해 했다. 법원은 징역형과 함께 정기적으로 정신과 진료 및 상담을 받으라며 보호관찰을 명령했지만, 나이 든 정씨가 이를 지키지 않는 40대 아들을 막을 방법은 없다.

 

법무부는 보호관찰관 인력이 부족한 건 맞지만 출소 후 보호관찰에 대해선 최우선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기적 진료 및 상담 명령이 내려지는 경우 매월 진료확인서를 제출받는다”며 “약물 복용을 강제할 필요가 있을 땐 법원에 특별준수사항 추가변경을 신청해 정기적으로 복용 여부를 검사한다”고 밝혔다.

 

“아이 손에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치만 어쩌겠어요.”

 

중증 정신질환을 가진 부모들이 한 번쯤 가져본 마음이다. 실제로 부모가 정신질환 자녀의 손에 죽거나 죽을 뻔한 참극이 전국에서 매년 20건 이상 발생한다. 존속살해범이 된 정신질환자 한 명에게 엄한 죗값을 물어도, 바뀌는 건 없었다.

 

세계일보는 8개월간 무엇이 그를 부모를 죽인 범죄자로 만들었는지 추적했다. 최근 10년 치 존속살해·존속살해미수 판결문 823건을 살피고, 정신질환과 관련된 사건의 규모와 특성, 원인을 분석했다. 정신질환이 있는 당사자와 가족, 의료계와 법조계 전문가 등 84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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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호·김나현·조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