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우리를 진지하고 엄숙하고 철학적으로 만든다”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1667∼1745)는 커피를 이같이 정의했다. ‘파란만장한 커피사’는 과학적 근거와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통해 커피의 기원부터 커피의 미래까지를 망라한 책이다. 오랜 세월 사람들을 매혹해온 전설과 신화들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 의미를 파헤친 노작(勞作)이라 할 만하다.
저자에 따르면, 커피야말로 아는 만큼 보인다. 커피는 ‘네버 엔딩 스토리’와 같다. 이제 커피는 별다른 의식 없이 숨 쉬는 공기처럼 우리 삶의 디폴트값이 됐다. 커피를 마시는 것이 단지 낭만인 시대는 지났다. 커피 한 잔에서 심적 위로를 받고 물리적 에너지를 찾는 시대다. 훗날 인류의 특징 중 하나로 ‘항상 혈액에 카페인이 존재하는 포유동물’이 사전에 추가될 것이다.
요즘은 커피를 마신 뒤 쇼핑을 자제해야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따뜻한 커피를 대접해야 하는 등의 이유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밝힌 연구 결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커피 심리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커피는 인간의 몸뿐만 아니라 심리에도 영향을 끼친다. 커피 한 잔이 지닌 특정한 맛과 향, 그것을 경험하는 심리적 기대감이 카페인만 섭취할 때와는 다른 정신 작용을 유발하는 것이다. 커피를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각성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각성은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어 정신이 또렷해지고 주의력이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의 본질은 정서를 보듬어 삶의 결을 되살려주는 달램에 있다. 가을의 커피는 더욱이 감각적이다. 프랑스의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이 되어 숲길을 걷는다면, ‘바스락바스락’ 낙엽의 영혼이 되살아날 것 같은 기운도 느껴진다. “가을은 가슴을 찢는다”는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절규가 들리는 것 같다. 우리의 몸은 커피가 목을 타고 들어와 감성을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경험하고 있다. 커피가 우리의 관능을 위로하는 것은 단맛이 행복감을 주는 것과 같다. 따뜻한 카페라테는 가을날 허전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묘약이 된다. 특히 비 오는 날에 커피를 간절하게 찾는 것은 정서를 만드는 커피 향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커피는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도 유익하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5만 명 이상의 참가자들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매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하루에 2~3잔의 커피를 마시면 자살률이 절반 가깝게 감소했다. 연구팀은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이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등의 뇌내 신경전달물질 생성을 촉진함으로써 일종의 항우울제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커피에 대한 찬사도 눈길을 끈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카페를 집필실로 삼았다. 카페 마니아로 소문난 사르트르가 모카포트에 매달리는 바람에 그가 나오는 사진의 배경에서 자주 목격되자 “모카포트는 철학자의 커피”라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는 공공연하게 에스프레소보다 모카포트가 더 맛있다고 고백했다.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는 세상을 떠나기 2개월여 전인 2022년 10월 17일 “브라질 사람들에게 커피는 신성한 음료다. 브라질 커피 한 잔 드시고 싶은 분 없습니까?”라는 글과 함께 젊은 시절 직접 커피를 추출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사랑에는 비엔나커피가 있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1900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는데, 1933년에 스위스 여행을 갔다가 제네바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당시 58세의 이승만과 합석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두 사람은 비엔나커피를 나누며 사랑을 키워가다가 이듬해 결혼을 했다. 이 사연이 나중에 ‘비엔나 연사’로 회자하면서 비엔나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증폭되었다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커피 테이스터와 플레이버(flavor) 마스터 분야를 개척한 데 이어 2017년에 처음으로 대학에 ‘커피 인문학’ 강좌를 개설했고, 같은 해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된 커피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