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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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 “서민금융은 고금리? 저리 정책 자금과 비교하면 안 돼” [세계초대석]

취약층, 고금리 사채 이용 위험성 커
대출 어려운 서민들에 ‘동아줄’ 역할
복지·고용 연계 등 복합 지원도 나서

한정적 재원에 충격 대비 자금 부족
‘서민에 자금 공급’ 상호금융 역할 필요
서민 특화 평가 모형 활용 취급 나서야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 위해 최선 다해
불법대부업 광고 모니터링 한계 존재
쉽게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 중요

“서민금융이 금융인가, 복지인가 말이 많습니다. 목적은 복지만은 아닙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이 국정감사마다 자주 듣는 지적 중 하나는 “정책자금을 공급하는데 금리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서민이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증해주는 ‘햇살론15’, 소액생계비대출 등 서금원이 공급하는 일부 상품의 기본 금리는 연 15.9%로 일반 은행권 상품에 비해 높다. 서금원은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대출이 막힌 서민이 불법 사금융으로 떠밀리지 않도록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는 게 이재연(64) 서금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서민금융은 정책자금 저리 대출과 같은 선상에 둬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서금원 집무실에서 “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서민금융 상품과 더불어 고용·복지·채무조정 연계 등 다양한 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 원장은 “서민금융 상품 금리는 제2금융권 신용대출 금리 하단 정도에 맞춰져 있다”며 “서금원이 할 일은 저신용자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대위변제(빚을 대신 갚아주고 채무 당사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구성권을 행사)·채무 조정 등을 통해 재기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취약계층에 동아줄 역할을 해온 서금원은 법원에 신청하는 개인회생 직전까지 빚을 진 서민들을 상대로 상환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 들어 금융 지원에서 나아가 고용, 복지 등과 연계한 복합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비대면 플랫폼 ‘서민금융 잇다’를 출시해 민간·정책 서민금융 상품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2022년 1월 취임 후 임기를 3개월 정도 남긴 이 원장을 지난 25일 서울 중구 서금원 집무실에서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소회에 대해 들어봤다.

 

―서금원장으로서 가장 보람 있었던 성과는 무엇인가.

 

“살다 보면 누구나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 서민 등 취약계층은 목돈이 없어 스스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법대부업체의 고금리 사채를 이용할 위험이 크다. 낮은 소득과 신용으로 50만원 소액도 빌릴 곳이 없는 금융 사각지대의 취약계층에 자금이용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을 성과로 꼽고 싶다. 특히 저신용자에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은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복합상담을 통해 고용, 복지, 채무조정 연계 등 상환능력 제고 및 경제적 자활을 위한 비금융 서비스를 함께 제시한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서금원의 고금리 대출로 (지난 8월 기준) 연체율이 26%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연체율은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특수하게 올라간 측면도 있다. 서금원의 역할은 저소득·저신용층에 자금을 공급하고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은 재기를 지원하는 두 가지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원상 어려움은 없나.

 

“서민금융의 재원은 정부예산과 금융회사 출연금이다. 고금리·고물가 등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서민들의 상환능력이 감소해 정책 서민금융 상품의 부실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충격에 대비할 자금이 부족하다. 서민금융은 보증재원의 몇 배를 기준으로 공급이 나간다. 예를 들어 1000억원을 받으면 6000억원의 대출이 나가는 식이다. 문제는 경기충격을 받아 손실이 나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가 없다. 다른 금융사는 예상된 손실은 충당금으로 막고 예상하지 못한 손실은 자본금으로 막는데 서금원처럼 보증재원으로만 운영하게 되면 충격을 받았을 때 그만큼 자금 공급을 못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게다가 예산은 일찍 짜지니까 상황변화에 대한 대응도 늦다.”

 

―결국 취약계층 재기를 위해서는 금융권 전반적인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결국 돈이 필요한 서민들을 위해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데 금융권에서는 상호금융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호금융이 은행과 똑같이 금리경쟁을 하고 제일 심하게 부동산담보대출에 나선다. 결국 자금지원을 받지 못해 서금원을 찾게 된다. 20년 동안 상호금융이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최근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문제가 터지고 있다. 최근에는 새마을금고도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늘리고 있는데 상호금융이 너무 대형화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금융회사들도 금융소외계층의 신용을 평가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서금원은 서민들의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서민특화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서금원의 전체 보증상품에 지난 6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금융거래 이력 등 재무정보가 부족한 서민의 특성을 고려해 통신정보, 자동이체정보 등 비금융정보를 많이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중장기적으로는 상호금융 및 저축은행들도 이를 이용해 서민들의 신용평가 능력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서민금융을 취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복지와 고용을 연계한 복합 지원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금융 지원을 받는 서민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고용지원 제도를 연계하고, 복지 수급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복지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국민취업제도, 내일배움카드, 청년도전지원사업 등을 통해 무료 취업지원을 하고 있고 복지 연계를 통해서는 기초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 등 공적급여뿐 아니라 도시가스, 전기, TV 수신료 등 요금 감면이 이뤄지고 있다. 각 지역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는데 문제는 센터가 전국 50개인 반면 정규직원이 66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단기계약직도 81명으로 충분하지 않다. 복합상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인력을 충원해달라는 요청을 계속하고 있다. 서민금융 종합플랫폼 ‘서민금융 잇다’를 활용한 비대면 상담도 강화하고 있다. 서민금융상품 조회부터 대출 신청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구상채무자(서금원이 대신 빚을 갚아준 경우)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채무조정 연계도 중요할 것 같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공공기관도 원금감면 채무조정이 가능해졌다. 서금원도 자체 채무조정을 활성화하려고 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체 후 초기에 채무자와 연락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올해부터는 단기 연체정보를 미리 받아서 연락이 끊어지기 전에 채무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의 경우 30~90일 연체는 사전채무조정을 통해 금리를 조정해주고, 90일이 넘어가면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원금을 감면해준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원금감면을 위해 90일을 버티다가 개인워크아웃으로 가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숫자로 보면 반반 정도다. 금리조정이나 만기연장만 해줘도 채무조정 하겠다는 사람이 꽤 있다. 새출발기금도 마찬가지인데 90일 이전에 갚으면 신용상 불이익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업을 위해 조기에 채무조정 하려는 사람이 많다.”

 

―가상자산이나 주식 등 고위험 투자로 진 빚을 감면해주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있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사행성 채무만 제외하고 채무 조정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신용회복위원회 입장에서는 이미 발생한 빚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고 관련 교육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사행성으로 발생한 채무라고 판단이 들면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목표(306만명)에 비해 실적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청년도약계좌는 2022년에 인기를 끈 청년희망적금과 비교해 개인소득이 아닌 가구소득을 본다. 돈 있는 사람들 지원해준다는 비판이 있어서 개선한 것인데 가입률 문제가 불거졌다. 2023년 6월 청년도약계좌를 출시했는데 지난 9월 말 기준 가입자 수는 145만9000명 수준이다. 미국은 부모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적금을 붓기 시작해 10여년 출금 못 하게 하는 대신 지원금을 주는 상품이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청년에 시행하니까 여러 가지 이슈가 생겼다. 처음 청년도약계좌를 만들 때 투자 상품으로 설계하는 것도 고려했는데 수익보장이 되어야 하니 어려움이 있었다. 정부가 가입 목표를 세울 때 306만명이라는 계산이 나온 것은 2022년 당시 시중은행 적금 금리가 연 1~2%대 머물러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2022년 하반기 들어 3.5%까지 금리가 올라 청년도약계좌 금리와 격차가 많이 줄었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불법대부업 광고도 판치고 있다.

 

“불법대부업 광고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업해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한계가 있긴 하다. 포털사이트가 나서서 차단하지 않으면 걸러내는 게 쉽지 않다. 서민들은 금리가 높다고 해도 단기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해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다 못 갚는 상황이 나오니까 교육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은…

 

●1960년 출생 ●서울 배문고 ●고려대 경제학 학사 ●고려대 경제학 석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서민금융진흥원 운영위원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서민금융진흥원 휴면예금관리위원회 위원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 이사 ●신용회복위원장


대담=황계식 경제부장, 정리=안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