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시내버스 왼쪽 문도 열리네.”
29일 오후 제주 제주시 광양사거리 서쪽 200m 지점 탐라장애인복지관 정류장 횡단보도 인근 섬식 정류장. 정류장이 왕복 6차선 도로 한 가운데 설치돼 있다. 정류장에는 왼쪽 문으로도 타고 내릴 수 있는 양문형 저상전기버스가 정차해 있다. 섬 정류장 승하차장 높이와 버스 승강구 높이가 비슷해 타고 내리기 편하다.
체험용 섬식 정류장 개방에 앞서 언론에 공개한 섬식 정류장은 도로 한가운데 섬처럼 있는 형태로, 오고 가는 양방향에서 왼쪽 문으로도 승하차가 이뤄진다. 현재 버스 중앙차로 정류장은 버스 진행 방향의 오른쪽에 각각 따로 나뉘어 있어 오른쪽 출입구로만 승하차를 한다.
하지만, 한 쪽 문에서 동시에 승하차를 하면서 빚어지는 혼잡도는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제주도는 대중교통의 정시성과 신속성 개선을 위한 ‘제주형 중앙버스전용차로(BRT) 고급화 사업’의 하나로 양문형 버스와 섬식 정류장을 내년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양문형 버스 운행은 국내 처음이다. 318억원(국비 159억원, 도비 159억원)을 들여 2026년 12월까지 제주시 동광로∼노형로(국립제주박물관∼월산마을) 10.6㎞ 구간 BRT 고급화 사업을 벌인다.


우선, 제주시 서광로 광양사거리∼도령마루(옛 해태동산) 3.1㎞ 구간 양방향 정류장을 도로 중앙에 1개로 통합해 내년 5월 개통한다. 이 구간 양방향 17개 정류장은 6개로 줄어든다.
서광로 구간 개통에 이어 2026년 12월까지 동광로, 도령로, 노형로 구간을 순차적으로 개통한다.
섬식 정류장은 국내 최초로 양문형 버스 운영을 위해 설계됐다. 국내외 전문가 자문과 타 지역 사례, 국토교통부 등과의 협의를 거쳐 설치 기준이 확정됐다.
시가지화된 지역의 경우 BRT 사업대상 구간이 대부분 편도 3차선으로 폭이 제한적이어서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상실해야 하는 등 보행 여건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김태완 교통항공국장은 “섬식 정류장은 중앙차로 상대식 정류장 대비 인도와 가로수 등 녹지대 확보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섬식 정류장은 도로 중앙에 1개의 정류장을 설치함으로써 공사비를 절감하고 정류장 폭과 길이를 축소할 수 있다. 폭은 6m에서 4m로, 길이는 130m에서 78m로 줄어들게 된다. 가로수 식재 공간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특히 이용객들은 도보 이동 없이 양방향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주도는 제주시 동서광로를 경유하는 버스 대부분을 양문형 저상버스로 교체할 계획이다.
658억원을 투입해 171대(대당 3억8500만원)를 운행할 예정이다. 도는 내구연한이 다된 기존 버스를 교체하면서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내년 5월 개통 전까지는 양문형 저상버스의 좌측 승강구를 폐쇄한 채 운행하고, 개통 이후 사용할 방침이다. 해당 구간의 가로수도 인근으로 옮겨 심을 계획이다.
도는 제주시 광양사거리 서쪽 탐라장애인복지관 섬식 정류장을 도민들이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30일 오후 2시 체험용 정류장 오프닝 행사를 연다.


체험용 섬식 정류장은 반밀폐형 구조로, 밀폐형과 개방형을 혼합해 설계했다.
폭 3.5m, 길이 11m의 밀폐형 2개소와 상부에 폭 4m, 길이 50m의 개방형 1개소로 구성했다. 내부에는 냉방기, 공기 청정기, 온열의자, 버스정보안내기, 도정홍보 모니터, 폐쇄회로(CC)TV, 휴대폰 충전장치, 와이파이 등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해 카페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영훈 지사는 “양문형 버스와 섬식 정류장은 대중교통의 정시성과 신속성을 위한 새로운 혁신시스템을 제공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시도”라며 “도민 편의와 관광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한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