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내연기관을 장착하지 않고 시속 25㎞ 미만의 속도로 운행되는 소형·경량 이동수단을 말한다. 전기자전거, 전동 킥보드, 전동 스쿠터, 전동 스케이트보드가 대표적이다.
29일 컨설팅 기구인 프레시언트&스트레티직 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필리핀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158.6%에 달한다. 2020년 190만달러였던 시장 규모가 2030년 1억3900만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이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필리핀 소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주요 이동수단으로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필리핀 정부가 코로나19 기간 중 자국 내 가장 큰 섬인 루손섬에 격리 조치를 시행하면서 지역 간 이동을 금지하고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미비한 도로 인프라, 인구 증가로 늘어나는 교통 체증도 마이크로 모빌리티 수요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필리핀에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중 특히 킥보드를 포함한 전동 스쿠터, 전기자전거 등이 인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 모두 자동차 면허 규제에서 제외돼 있고 등록 의무가 없어 사용이 간편하다는 점에서다.
전동 스쿠터가 인기를 얻으면서 마이크로 모빌리티 공유 시장도 성장 중이다. 시장분석기업 스태티스타는 2022년 172만9000달러 규모였던 필리핀의 전동 킥보드 공유 시장의 매출은 2027년 348만4000달러로 5년 만에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코트라는 앞서 필리핀 진출에 실패한 공유 자동차 플랫폼 업체 A사의 사례를 들며 필리핀 모빌리티 공유 플랫폼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A사는 필리핀 도로교통 인프라가 열악함에도 현지에서 자동차 수요가 높은 점에 착안해 수개월간 필리핀 교통 시장현황 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필리핀은 택시를 포함한 대중교통 사업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인 지분을 최대 40%까지만 허용해 외국인으로선 경영권 확보가 불가능했고, 필리핀 도로교통부(DOTr)와 필리핀육상교통가맹규제위원회(LTFRB)에서 외국인 대상 추가 라이선스 발급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확인해, 결국 필리핀 진출 의사를 접었다.
자동차와 전동 킥보드 공유 플랫폼은 서로 다른 법이 적용되므로 A사의 사례가 꼭 들어맞는다고 볼 순 없다. 다만 해당 사례는 필리핀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의 폭발적인 CAGR 뒤에 자리한 현지 규제, 시장 분위기를 빈틈없이 분석해야 성공적인 진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사점을 남겼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