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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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누구나 노인이 된다

내 몽골 친구 중에 한국에서 유학하면서 셋째를 임신한 친구가 있다. 친구의 육아를 돕기 위해 친구 부모님이 몽골에서 오셨다. 친구가 한국에 온 지 5년 만에 처음 오셨다. 그런데 친구는 부모님이 많이 늙어 보이고 여기저기 편찮으신 것을 보고 마음이 짠하고 눈물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에서 두 달을 보낸 부모님이 몽골로 돌아가신다기에 나는 그분들을 한식 뷔페에 초대했다. 친구 부모님은 인상도 좋으시고 힘차 보이시고 패션도 세련돼 보였다. 한국에서는 잘 지내셨는지, 아이들 돌보느라 힘드시지는 않으셨는지를 여쭈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매우 긍정적이었다. “너희가 사는 한국에 와서 두 달 동안 있으면서 많이 건강해지고 더 젊어졌어”라고 하셨고, “올 때마다 이렇게 10년은 젊어진다면 내년에도 또 올 거야! 내 패션도 멋있어졌지?”라고 하시면서 크게 웃으셨다. “한국 사람들이 왜 이렇게 평균수명도 길고 건강한지 그 비밀도 알아냈어! 운동과 움직임! 정말 대단해. 공원 놀이기구에서 매일 만나는 남자가 있었는데 나보다 어린 줄 알았더니 나보다 10살이나 많단다 야! 그 후로 정신 번쩍 들어 나도 매일 운동하고 매일 걸어 다니니 몸도 가벼워지고 아주 힘이 남아서 다음에 올 때는 사위와 같이 아르바이트도 하기로 했어”라고 하며 농담까지 하셨다.

몽골인의 평균수명은 2022년 기준 71.3세이다. 여자 76.7세, 남자는 67.3세로, 남녀 차이가 10년 가까이 된다. 한국과 몽골 평균수명은 20년 정도 차이가 난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 10월 전 세계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그 이유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 하는 노인의 날 행사를 보면, 노인들이 직접 즐길 수 있는 활동, 노인들이 직접 준비해서 보여주는 공연, 젊은 사람들이 벌이는 효도 잔치, 더 나아가 멋진 시니어 모델 대회 등 새로운 분야의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런 화려한 행사와는 다르게 어두운 면도 없지 않다. 2년 전쯤 노인 한 분이 지하철 입구 계단 내려가다가 넘어지셨는데 그분을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15초 정도 지나서 그분을 도와주려고 달려온 사람은 나와 저 반대쪽에 계셨던 노인 한 분뿐이었다. 그분은 일어나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며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셨다. 나는 당연히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이런 인사까지 받으니 좀 쑥스러웠다. 그분을 보내드리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회가 되면 될수록 나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받지 않으려 하는 사회가 되어 가는 걸까?”, “왜 다들 안 도와주고 그냥 지나가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지하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노약자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그런지 일반석 앞에 노인이 서 있어도 그분에게 자리를 잘 양보해 드리지 않는다. 이것도 “남의 개인 공간을 존중해라”,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일까? 이런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 대가족 시대의 노인에게는 우리의 이런 행동들이 어떻게 비칠지 자못 궁금하다.

노민치멕 나무몽골아동가족심리협회 대표

‘노인의 날’처럼 특별한 날만 노인에 대한 감사와 배려를 표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생각으로 일상생활에서 노인을 좀 더 이해하고 배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노민치멕 나무몽골아동가족심리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