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제다대학교 주차장. 히잡을 쓴 여대생이 한 손에는 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나타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운전석에 오르더니 어딘가로 차를 몰고 떠났다. 불과 7년 전만 해도 사우디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20∼30대 청년층과 여성은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에서 지금 떠오르고 있는 핵심 고객층이다.
기아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유연한 이들 고객층의 호응에 힘입어 사우디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사우디에서 기아 차량을 유통하고 있는 NMC의 압둘라 알람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는 이날 ‘제다-킹 압둘 아지즈 로드 쇼룸’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2018년 여성 운전이 허용된 이후로 현대차 코나, 기아 셀토스, 기아 쏘넷 같은 모델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쇼룸은 제다 국제공항에서 홍해를 따라 쭉 뻗은 왕복 14차선 대로 킹 압둘 아지즈 길에 자리 잡았다. 쇼룸의 입구 근처 자리에는 스포티지 롱바디, 쏘넷 등의 모델이 전시돼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현지에서 인기를 끄는 소형에서 중형급 사이의 전략 차종들이다.
현재 사우디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나타내는 브랜드는 일본 도요타이며, 현대차와 기아가 2위와 3위다. 이들 주요 브랜드 중에서 기아는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사우디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31.9% 증가한 약 4만4000대가 판매됐다. 이에 따라 2020년 5위에 머물렀던 기아는 현재 3위로 올라섰으며, 시장 점유율도 7.6%로 증가했다.
3년 전 리브랜딩 이후 새로운 자동차와 기술, 디자인을 도입하며 가격 경쟁력과 서비스망을 강화한 기아의 전략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알람 매니저는 “최근 기아는 단순한 일상 차량에서 벗어나 EV5나 EV9 같은 혁신적인 모델을 통해 브랜드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며 “고급스럽고 품격 있는 차량으로도 인식되기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사우디의 인구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사우디의 약 3200만명 인구 중 40세 미만 비중이 74%로, 이들은 변화와 신기술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연령대다. 향후 사우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에 힘입어 이들 연령대를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사우디에서 올해 연간 5만대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전체 판매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사우디를 교두보로 삼아 2030년까지 중동 시장에서 26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기아 관계자는 “현재 4개의 전기차 모델을 향후 11개까지 늘려 2030년 중동 전체 판매량에서 전기차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중동 특화 온·오프라인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전개, 다양한 딜러 채널 개발 등을 통해 현지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