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9개월째 수업을 거부해 온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을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를 막으려면 ‘내년 1학기 복귀’라는 휴학 승인 조건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각 대학과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그동안 정부는 ‘동맹휴학은 불가’라는 원칙에서 의대생 휴학계 승인을 막아왔지만, 전국 의대의 2학기 등록률은 3.4%에 그쳤다. 결국 올해는 의대 수업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한 고육책이 아닐 수 없다.
의대생 휴학이 허용됨에 따라 진급하지 못한 1학년 3000여 명에 내년 신입생 4500여 명까지 7500여 명이 내년에 함께 수업을 듣게 됐다. 당장 대학들은 내년 3월 전까지 이들을 수용할 강의실과 교수 인력 등을 갖춰야 하는데 가능할지 의문이다. 의료계는 이들이 실습받는 본과 3, 4학년이 되면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부실 교육이 우려스럽다. 의대 교육이 차질을 빚고 의사 배출에 공백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와 대학 측은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내건 의대생 휴학 승인이 받아들여진 만큼 이젠 의료계 책임이 더 커졌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해서는 의료계가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개원의 등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급선무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같은 비현실적 주장부터 접어야 한다. 수능 원서 접수가 끝났고 수능이 10여 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불가능한 양보를 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부가 2026학년도 정원부터는 원점에서 논의한다고 한 만큼 이를 받아들이는 게 순리다. 그래야 의료계도 국민이 동의하는 출구전략을 세울 수 있지 않겠나.
의료계 원로들은 여·야·의·정 협의체에 보다 많은 단체가 참여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의학회와 의대 협회는 “전공의·의대생들이 복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말만이 아니라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의·정 갈등을 풀 방법은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어제 “11월 내에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의·정 갈등을 풀고 의료공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추위가 닥쳐 의료공백이 더 심화하기 전에 이번 사태를 끝내야 한다.
[사설] 의대생 휴학 허용, 의료계도 국민이 동의할 출구전략 내야
기사입력 2024-10-30 23:15:19
기사수정 2024-10-30 23: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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