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 변경 중 접촉 사고를 내고 그대로 달아난 뒤 "몰랐다"로 일관한 50대 남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사고 후 미조치와 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됐지만 도주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최치봉 판사)은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59)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구리시의 편도 6차선 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던 중 옆 차선에 있던 B(58)씨의 차량을 충격한 뒤 그대로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의 차량에 탑승해있던 4명은 경추부 염좌 등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으며, 차량은 운전석 뒷문부터 앞바퀴까지 길게 긁혀 수리비로 15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후 A씨는 경찰에서 “사고가 난 줄 몰랐다”며 “(피해자가 따라오자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높인 것도) 옆 차선의 버스를 피하기 위해 속도를 줄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고 순간 피해 차량 운전자들이 사고 사실을 인식할 정도로 충격과 소음이 있었던 점 ▲피해 차량 운전자가 경적을 여러 차례 울려 피고인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거나 정차할 것을 요구했고 그 직후 피고인이 차량을 멈출 것처럼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진행한 점 ▲사고 후 피해자가 다가오자 정체된 차량을 피해 갓길로 빠져나간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A씨의 집 근처 폐쇄회로(CC)TV에는 사고 후 일정을 바꿔 집으로 돌아온 A씨가 차를 세우고 차량 손상 부위를 확인하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최 판사는 구호 조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에 대해서 피해자들이 다른 사고나 노화로 부상 부위에 평소 어느 정도 통증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부상 정도도 크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판사는 사고후미조치 판단에 대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그대로 도주했고, 이는 객관적인 정황상 자신의 음주 운전 사실이 발각될 우려가 있어서 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기관에서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사고 피해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도 보험으로 회복된 점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특가법상 도주치상의 무죄 판단에 대해서는 “특가법상 도주치상죄는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사상을 당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는 행위에 강한 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해 이를 가중처벌함으로써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규정”이라며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상해 부위 및 정도, 사고 뒤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호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을 때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