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한두 번씩 운동을 몰아서 하는 것도 규칙적으로 자주 운동하는 것만큼이나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인지기능 저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각)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따르면, 미국 콜롬비아 로스안데스대학 게리 오도노번 교수팀은 멕시코시티 주민 1만명의 운동 패턴과 인지기능 저하 간 관계를 16년간 추적 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멕시코시티 주민 1만33명(평균 연령 51세)을 대상으로 운동 패턴을 조사한 1998~2004년 설문 조사와 2015~2019년 경도 인지장애(MCI)를 조사한 설문 조사 데이터를 이용해 운동 패턴과 인지기능 저하 간 관계를 분석했다.
첫 설문 조사에서 참가자들은 ‘운동하지 않는 사람’(A그룹·7945명)과 ‘일주일에 1~2회 운동한 사람’(B그룹·726명), ‘일주일에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한 사람’(C그룹·1362명), ‘주말 운동과 규칙적 운동을 병행한 사람’(D그룹·2088명) 등으로 분류됐다.
두 번째 설문 조사에서는 간이 정신 상태 검사(MMSE)로 인지기능 저하를 조사했다. 30점 만점인 MMSE에서 22점 이하면 MCI로 분류된다. 치매 고위험군을 뜻하는 MCI는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기능이 객관적인 검사에서 확인될 정도로 뚜렷하게 감퇴한 상태를 말한다.
16년간의 관찰 기간 MCI로 확인된 사람은 2400명이었다. 그룹별 유병률은 A그룹 26%, B그룹 14%, C그룹 18.5%다.
나이·학력·흡연·야간수면·식단·음주 등 잠재적 요인을 배제하고 각 운동 그룹의 MCI 위험을 운동하지 않은 A그룹과 비교했을 때, 주말 운동을 한 B그룹이 25% 낮았고 규칙적 운동을 한 C그룹은 11% 낮았다. D그룹 역시 1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MCI를 MMSE 23점 이하로 정의하면 MCI는 2856명으로 늘고, 그룹별 유병률도 A그룹 30%, B그룹 20%, C그룹 22% 각각 증가했다.
그룹별 MCI 위험은 B그룹이 A그룹보다 13% 낮고, D그룹은 12% 낮았다. 이런 효과는 남성과 여성에서 모두 비슷했다.
연구팀은 “치매 발병을 5년간 늦추면 전체 유병률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며 주말에 한두 번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주말 전사’(weekend warrior) 운동 패턴은 바쁜 현대인들이 치매 예방을 위해 편리하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로 인과 관계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나 이론적으로 중년기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 운동하면 치매 위험을 13%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도노번 교수는 “운동은 신경세포의 성장과 생존을 돕는 뇌 유래 신경 영양 인자의 농도와 뇌가 외부 자극에 적응하는 능력인 뇌 가소성을 높일 수 있다”며 “신체활동은 뇌의 부피, 실행 기능, 기억력 향상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