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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 차로 막고 정지선 없고…‘드라이브스루’ 편리함의 사각지대 [뉴스+]

평균 차 7대 줄서며 상습정체 유발
매장 91%는 교통유발부담금 0원
안전 필수시설 없거나 미흡하기도
“안전 강화·사회적비용 부담해야”
드라이브 스루 관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차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

 

매일 아침 오금로에 들어서면 기본 20분 이상 꼼짝없이 차도에 갇힌 신세가 된다.

 

대로변 앞에 있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진입하려는 차들이 몰려들면서 한 개 차선을 아예 점령해버리기 때문이다.

 

A씨는 “출근 전 드라이브 스루 매장 주변은 늘 혼잡하다”며 “음료를 사려는 차들이 한 차선을 물고 있으니까 다른 차선도 거북이걸음으로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로 음식을 살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상습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매장 대부분 교통유발부담금을 내지 않고 있는 데다 안전 필수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많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윤영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비례)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관내 드라이브 스루 53곳 중 91%인 48곳이 교통유발부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 체증을 유발한 원인 제공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부과해 교통량 감축을 유도하는 세금을 말한다. 해당 시설 때문에 교통 체증이 많이 발생할수록 세금 부과율도 높아진다.

 

지역별 교통수요 및 대기행렬 현장 조사 결과. 윤영희 서울시의원 제공

 

그러나 교통유발부담금이 부과된 곳은 지난 3년간 평균 5곳에 불과했다. 징수된 총액은 2021년 364만원, 2022년 323만원, 2023년 297만원으로 매년 적어지는 추세다. 매장 1곳당 매년 약 50만원을 낸 셈이다.

 

정작 교통 혼잡 유발요인이 가장 높은 매장 5곳 중 4곳은 부과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해당 매장들의 평균 1일 수요 교통량은 440대, 1대당 최대 서비스 시간 3.8분, 최대 대기 행렬은 7대였다.

 

이 중 스타벅스 송파방이점의 경우 주말 평균 대기 행렬이 7대, 최대 대기 행렬은 11대에 이르지만, 납부한 교통유발부담금은 0원이다. 스타벅스 종암점과 맥도날드 신월남부점, 버거킹 명일점도 교통유발부담금을 내지 않았다.

 

이들 업장에 교통유발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은 것은 현행 규정 탓이다.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따라 교통유발부담금은 인구수 10만명이 넘는 도시의 시설물 중 각층 바닥 면적의 합이 1000㎡(302.5평) 이상인 시설물에 연간 1회 부과된다. 그러나 시내 드라이브 스루점 대부분은 최소 연면적 1000㎡에 미달한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 관련 민원이 빗발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1년 드라이브 스루에 별도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 드라이브스루 93%가 안전시설 설치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차들이 인도를 통해 매장에 진출입하는 과정에서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 의원에 따르면, 안전시설 설치 대상 드라이브 스루 매장 10곳 중 9곳은 필수시설이 아예 없거나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 필수시설은 경보장치·볼라드·바닥재료·경사구간·점자블록·대기공간·정지선 등 7종의 시설물을 일컫는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도로점용 허가를 위해 반드시 설치해야 할 의무사항이자 보행자와 운전자 간 안전거리 확보 및 주의 환기 등의 역할을 하게 돼 있다.

 

하지만 안전 필수시설을 모두 설치한 곳은 단 3곳에 그쳤다. 93%의 매장에서는 안전 필수시설 설치가 미흡한 상황이다.

 

시설물별 설치현황을 보면 경보장치 35개소(설치율 67%), 볼라드 44개소(85%), 진출입로 24개소(46%), 경사구간 18개소(35%), 점자블록 18개소(35%), 대기공간 27개소(52%), 정지선 10개소(19%)로 나타났다.

 

맥도날드 맥드라이브.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 중 안전 필수시설이 전혀 설치되지 않은 매장도 4곳이나 있었다.

 

지난 2021년 서울시가 드라이브 스루 안전계획을 수립하고 필수시설과 권장시설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미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기존 매장은 예외로 두면서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윤 의원은 기존에 개설된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대해서도 도로점용 허가 갱신 시 안전 필수시설 설치 의무화를 적용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웬만한 작은 구분 상가 소유자들에게도 부과되는 교통유발부담금이 드라이브 스루에만 사각지대”라며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을 적절하게 매기기 위해 국토부와 국회가 법령·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