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미국 워싱턴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는 한·미가 북한에 요구해왔던 ‘비핵화’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비핵화는 과거 SCM 성명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내다가 2016년 48차부터 지난해 55차에 이르기까지 매번 포함됐는데 9년 만에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55차 SCM 성명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양측은 동맹의 압도적 힘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동시에, 제재와 압박을 통해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 대화와 외교를 추구하는 노력을 위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언급했다.
반면 올해 성명에선 “양측은 동맹의 압도적 힘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조율해나가는 동시에,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 지연시키는 노력을 추진해나가기로 하였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라는 표현 대신 ‘북한의 핵 개발을 지연시키는 노력’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단기간 내 북한 비핵화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한 목표에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은 3월 한 대담에서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비핵화를 향한 중간 조치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정강에 비핵화 목표를 담지 않았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SCM 공동성명에 비핵화라는 표현이 빠진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양국은 이날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참석해 대북 정책 공조 논의를 진행했다. 2+2 회의에서는 러·북 밀착과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및 태평양 도서 국가들과의 협력과 관련한 한·미동맹 차원의 논의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