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부터 지속된 일본 엔화 강세가 막을 내린 모양새다. 지난 8월 100엔당 950원대까지 올라갔다가 최근엔 다시 800원대 진입을 코 앞에 두고 있다.
31일 도쿄 외환시장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전날(종가 기준)보다 소폭 올라 153엔대를 유지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은 901원대에 거래됐다.
지난 7월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강세를 이어가던 엔화가 맥을 못추기 시작한 것은 이달 초 이시바 시게루 총리 취임부터다.
지난 27일에는 이시바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엔화가 폭락했다. 취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시바 총리의 입지가 불안해지면서 기존 경제정책을 비롯한 국정운영의 안정감이 떨어졌다는 위기감이 퍼진 것이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자민당이 향후 연정을 위해 군소 야당과 손을 잡으려면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금리 인상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만간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도 엔화를 억누르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정치지형이 흔들릴 수 있고 특히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달러화 강세를 유도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장담하는 상황이다.
결국 최근의 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앞선 ‘슈퍼 엔저’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내 정치 혼란에 따른 피벗(통화정책 전환) 지연은 엔화 약세 압력을 높일 수 있다”며 “환율이 재차 달러당 160엔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엔화 약세에 여행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역대급 엔저로 올 초에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 급증했다가 최근에는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61만2000여명으로 전월 대비 19.2% 감소했다. 여행 성수기였음에도 월간 기준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방문객수를 기록했다. 올해 1월에는 한국에서 85만7000여명이 일본을 방문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동계기간 정기 항공운항 일정을 확정, 발표했다. 내년 3월말까지 국제선 정기편은 45개국, 236개 노선을 운항하는데, 올 하계기간 대비 일본행 항공편은 주 143회(12%) 늘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