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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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운전자는 왜 작업자와 트럭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사건수첩]

부산 아우디 차량 작업 트럭 덮쳐… 3명 사망 사고 미스터리

대낮 편도 3차로 도로를 달리던 승용차 운전자는 왜 도로 가장자리에서 작업 중이던 작업자와 트럭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았을까. 지난달 30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서 발생한 아우디 차량 관련 교통사망사고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1일 부산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교통사고 관련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 사고현장.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당시 사고현장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없는데다,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마저 파손돼 원인규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다 사고를 낸 아우디 차량이 사고를 내기 전에 다른 차량이 1차 추돌사고를 냈다는 목격자 증언까지 나오면서 수사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우선 사고가 발생한 지점을 제대로 비추는 CCTV와 블랙박스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현장 반대편 한 상가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보했으나, 사고 현장과 거리가 멀고 사고 순간이 명확하게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고 당시 충격으로 아우디 차량의 블랙박스가 심하게 파손됐고, 사고 당시 전원까지 뽑혀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 진술도 엇갈리고 있다.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는 한 목격자는 “아우디 차량이 빠른 속도로 돌진해 작업자들을 덮친 후 5t 크레인 차량과 충돌했다”고 말했고, 사고 현장 반대편에서 작업하던 또 다른 목격자는 “쾅하는 소리가 나고 조금 뒤에 아우디 차량이 크레인과 충돌하며 더 큰 소리가 났다. 첫 번째 쾅 소리 이후 범퍼가 부서진 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아우디 차량이 조경 작업 현장을 덮치기 전에 1차 사고가 있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여러 상황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며 “사고 현장을 지나던 운전자들에게 연락해 블랙박스를 확보하는 한편, 아우디 차량의 브레이크 작동 여부와 사고 당시 속도 등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를 당한 작업자들은 부산시 건설본부가 발주한 조경 작업을 하던 용역업체 직원들로 확인됐다. 당시 현장에는 여러 명의 작업자들이 도로 가장자리에서 나무를 심는 작업 중이었고, 도로 위에는 신호수와 안전 관리자 2명이 서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작업자들이 작업 현장에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부산시 건설본부를 상대로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30일 오후 3시18분쯤 부산 강서구 대저1동 대저수문 근처 한 도로에서 70대 남성 A씨가 운전하던 아우디 차량이 나무 심기 작업 중이던 작업자와 5t 크레인 차량을 덮쳐 A씨 본인과 신호수, 작업자 등 3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