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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중동 시장 잡아라"…사우디 달구는 한중일 車 [모빌리티&라이프]

[편집자주] ‘모빌리티&라이프’는 자동차, 항공기 등 전통적인 이동수단부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마이크로모빌리티 등 새로운 이동수단까지 다양한 탈 것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차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과 트렌드를 알려드리고, 모빌리티에서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전해드립니다. 

 

오는 2030년 자동차 300만대 시장이 열릴 ‘기회의 땅’ 중동에서 한중일 3국 자동차 브랜드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슈퍼돔에서 개막한 ‘2024 제다 국제 모터쇼’에서도 ‘더 기아 타스만’의 데뷔 무대를 펼친 기아를 중심으로 3국 자동차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였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더 기아 타스만'을 살펴보고 있다. 제다=백소용 기자

◆정통 픽업트럭으로 존재감 뽐낸 기아

 

이번 제다 모터쇼의 주인공은 단연 기아가 처음 선보이는 정통 픽업트럭 타스만이었다. 기아는 행사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로 부스를 꾸려 강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타스만이 공개된 이후 전시된 차량 주위로 모여든 전세계 취재진들은 차량을 꼼꼼하게 살피며 감탄을 터뜨렸다. 

 

기아가 타스만을 가장 처음 공개하는 장소로 중동 최대 시장인 사우디를 선택한 것은 성장 가능성을 내다봐서다. 

 

기아가 사우디에서 올해 1~9월 판매한 차량은 4만4561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9% 급증했다. 시장 점유율은 토요타, 현대차, 기아 순이다. 이들 브랜드 중에서 기아는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사우디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행사 후 취재진과 만나 “(호주 등) 다른 시장들은 픽업이 이미 성장한 시장들이고 중동은 앞으로 픽업 시장이 많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의미 있게 준비했다”며 “4~5% 정도의 글로벌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모터쇼의 BYD 부스에 송 플러스(왼쪽)와 씰 모델이 전시돼있다. 제다=백소용 기자

◆전통 강자 일본과 추격하는 중국

 

전시장에서 기아 부스를 둘러싼 다른 차량들은 대부분 중국과 일본 브랜드였다.

 

특히 중국 브랜드는 이번 행사에서 신차 발표회를 가진 14개 완성차 업체 중 8개를 차지했다.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하지만 향후 커질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이번 모터쇼에서 차량을 대거 출격시킨 것이다. 

 

그동안 중국 브랜드들이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면, 이제 다양한 제품 선택지와 기술력 등을 강조하는 것도 눈에 띄었다.

 

BYD의 2024년식 송 플러스 모델의 출시 가격은 14만3900리얄(약 5279만원) 부터다. 같은 모델이 중국 현지에서 14만9800위안(약 2896만원)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꽤 비싼 편이다. BYD는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 5대의 차량을 전시하며 다양한 선택지를 과시했다.

 

BYD 고급브랜드 양왕의 U8 PHEV 모델도 야외에 전시됐다. 비상시 요트모드로 진입해 최대 30분간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수륙양용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이밖에 창청자동차의 SUV 전문 브랜드 하발은 대형 SUV이자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 H9을 비롯해 다양한 SUV를 전시했다. 상하이자동차 MG는 MG5 등 소형에서 중형차 위주의 제품군을, 체리차의 자회사 제투어는 소형 SUV 대싱 등을 선보였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모터쇼의 MG 부스. 제다=백소용 기자

◆300만대 시장 열린다… 전기차·고급차 관건

 

향후 중동 자동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시장에서 자동차 연간 판매량은 2020년 278만대로 정점을 찍었다가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을 받은 2021년 230만대로 줄었고, 지난해 240만대로 반등했다. 오는 2030년에는 300만대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동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중동 시장 전기차 점유율은 1% 수준에 그친다. 사우디는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전기차 50만대를 생산하는 생산 허브를 추진하고, 카타르는 전기차 보급률 10%를 목표로 인프라 확충에 나서는 등 각국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중동에서 고급차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차 위주인 인도, 동남아 등의 신흥시장과 달리 중동은 오일머니에 힘입어 소비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제다=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