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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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독립전쟁 개시 70주년… 프랑스 “과거사 직시”

130여년 동안 프랑스 식민통치 받아
“독립전쟁 기간 150만명 희생” 주장
마크롱 “알제리 국민에 범죄 저질러”

알제리가 프랑스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립전쟁 개시 70주년을 맞아 성대한 축하 행사를 개최했다. 프랑스는 50만명가량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알제리 독립전쟁 기간 프랑스군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1일(현지시간)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한 독립전쟁 개시 7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이 열려 군용 차량에 올라탄 압델마드지드 테분 대통령(가운데)이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이날 압델마드지드 테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열병식이 거행됐다. 이는 알제리가 프랑스 식민지이던 1954년 11월1일 독립운동가들로 구성된 민족해방전선(FLN)이 프랑스 정부 기관을 공격함으로써 독립전쟁이 시작된 지 7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알제리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커다란 규모의 군대를 갖고 있는 나라들 중 하나다. 그에 걸맞게 이날 열병식에선 군용기들이 곡예 비행을 선보이고 장병들이 시가 행진에 나서 시민들로부터 커다란 박수갈채를 받았다. 튀니지, 모리타니, 리비아 등 이웃나라 정상들도 함께하며 알제리 독립의 역사를 축하했다. 테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과거 식민주의를 극복하고 승리한 알제리는 확고한 자신감을 지닌 채 계속해서 거대한 성취를 이뤄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가 지중해 건너 알제리를 침입해 완전히 점령한 것은 1830년의 일이다. 이후 1962년까지 130년 넘게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받았다. 1954년 일어난 독립전쟁은 엄청난 희생자를 낳았다. 프랑스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가 50만명이라고 추정하지만 알제리 측 통계에 의하면 사망자 수는 150만명에 달한다. 1959년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과 함께 취임한 샤를 드골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결정하면서 1962년 알제리는 독립국이 되었다.

알제리 국민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통하는 라르비 벤 음히디(1923∼1957). 그는 알제리 독립전쟁 기간 프랑스군에 붙잡혀 살해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과거 프랑스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알제리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알제리 전쟁 기간 프랑스 군인들이 알제리 독립운동가 라르비 벤 음히디(1923∼1957)를 살해한 것이 그릇된 일이었음을 인정하고 알제리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벤 음히디는 1954년 FLN을 창설한 6명의 독립 영웅 중 한 명으로 1957년 2월 프랑스군에 체포됐다가 불과 1개월 뒤 사망했다. 처음에 프랑스 정부는 벤 음히디가 구금시설에서 자살을 시도한 뒤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숨졌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알제리 전쟁에 투입된 프랑스군 사령관을 지낸 폴 오사레스 장군은 2000년대 초반 그가 지휘하는 군인들이 벤 음히디를 살해한 사실을 시인했다. 오사레스 장군은 80대의 고령에 전범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알제리에 대한 프랑스의 식민지배와 전쟁의 역사를 되돌아보겠다”며 과거사를 반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2022년 알제리를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의 과거사 공동 조사에 합의하기도 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